- 개원 7년 만에 상급병원 승격
- 직장 어린이집 확장·이전
- 감정노동 직원 건강 캠페인
- 전문가 초청 인문 강좌 개설
- 연구중심병원 도약에 최선

50대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불사른 의사가 있다. 그는 최근 병원장에 연임돼 내년 개원 10주년 행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주인공은 노환중(59) 병원장. 그는 2008년 11월 양산부산대병원 개원할 당시 초대 기획실장을 지낸 데 이어 진료처장을 거쳐 2015년 5월부터 병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28일 "내년에 환갑인데 병원 건립기획추진단까지 포함해 10년 넘게 양산부산대병원을 위해 바쳤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환중 양산부산대병원장은 "직원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참가자 20명 이상만 모이면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노 병원장을 비롯해 많은 의료진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이 병원은 개원 7년 만인 2015년 1월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또 국제의료기관 인증평가기구인 JCI 인증을 2010년 12월부터 2회 연속으로 획득했다. 그는 "우리 병원은 질적으로 전국 12위권이고, 난이도에서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대학병원을 넘어 수도권 빅 5 대형병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승격과 JCI 인증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자발적 혁신'에 방점을 뒀다. 그의 집무실에는 '환자는 두 번째다(Patients come second)'(청년의사 발행)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모두가 '환자 제일주의'를 외치는 시대에 환자가 두 번째라는 주장은 기자가 생각하기에 의아했다. 그는 "'환자 제일주의'는 구호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병원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므로 환자와 직원 간 갈등이 상존해요. 직원 스스로 친절하고 환자에게 감동을 주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환자 제일주의가 뿌리 내리려면 감정노동자인 직원부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만족해야 합니다. 환자보다 직원을 먼저 챙겨야 환자 제일주의가 가능하다는 역설적인 얘기죠." 그는 지난 3월 직장 어린이집을 확장·이전했고, 고객을 상대로 '감정노동 종사자의 건강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2년간 병원장으로서 직원 교육프로그램 개혁에 공을 들였다. 연차 활용을 위한 직원의 자발적 교육내용 개발, 피누인 인문아카데미가 대표적인 사례다. 피누인은 양산부산대병원의 영문 약자 'PNUYH'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인(人)'을 딴 합성어로 양산부산대병원 구성원을 의미한다. "직원의 자발적인 교육내용 개발은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교육내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미술관 전시회 관람처럼 필요하다고 제안해 동참자가 20명 이상이면 병원에서 경비를 지원해줍니다. 직원들은 연차를 내 근무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교육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거죠. 피누인 인문아카데미는 매달 두 번째 주 금요일 오전 7시~8시30분 재활병원 강당에서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으며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번 달에는 지난 9일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를 초청했어요. 직원 참여도가 뜨겁습니다."

그는 또 지난 2년간 어린이병원 수술실 개설, 국내 최초 4세대 하이브리드 수술실 신설을 비롯한 중앙수술실 5개실 증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완화의료(호스피스) 병동 개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등 진료시설 투자와 재배치를 마무리했다.

이런 직원의 자발적 혁신을 바탕으로 이 병원이 지향하는 바가 궁금했다. 그는 ▷환자와 보호자의 아픔까지 치유하는 의료서비스 제공 ▷기초과학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산업화로 연결하는 '중개연구'를 포함한 연구중심병원 도약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밀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융합한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난치병 임상중개연구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의생명연구동을 올해 착공해 내년에 건립할 예정이고, 의료기기 중개임상지원센터를 세워 항노화 의료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병원장은 부산 대동고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부산대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