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91톤 실습선 올해 말 퇴역
- 시민 위한 선박박물관 거듭나
- 일부는 해양안전체험관 활용

- 43년 동안 지구 20바퀴 항해
- 항해·기관사 5000여 명 배출
- 태풍매미 때 침몰위기 겪기도

한국 해기사 양성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해운의 역사인 한국해양대(부산 영도구) 실습선 한바다호가 43년간의 긴 항해를 끝으로 올해 말 선박·바다 체험의 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청소년과 시민에게 바다를 안전하게 즐기는 법을 가르치고, 선박 사고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해양 안전 의식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상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한바다호가 50만 마일을 항해하며 5000여 명의 해기사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전민철 기자

최근 한국해양대 교정에서 만난 지상원(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한바다호의 변신이 누구보다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그는 2005년 10월 한바다호가 한국해양대에서 퇴역할 당시 마지막 선장이었다. 이후 한바다호는 2007년부터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임대돼 10년간 단기 해기사 양성교육을 위한 연근해 실습선으로 활용됐다. 올해 말로 임대 기간이 끝나면 43년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한국해양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지구 둘레 20배인 50만 마일(80만4672㎞)을 항해하며 5000여 명의 해기사를 배출한 한바다호의 과거·현재·미래를 지 교수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한바다호는 총톤수 3491.8ｔ, 길이 99.8ｍ, 폭 14.5ｍ, 높이 30ｍ로 1975년 일본 규슈의 우스키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이듬해부터 매년 두 차례씩 항해학·기관학 전공 3학년 학생들을 태우고 원양항해에 나섰다. 항해학과 73학번(29기)인 지 교수는 2003년부터 선장으로 2년간 한바다호와 함께했다.

그는 2년간의 선장 생활을 ‘책임감’으로 요약했다. 당시 한바다호에는 수백 명의 학생이 타고 있었다. 학생들은 전담 교수 밑에서 항해학, 기관학 각 분야의 실무를 실습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늘 바다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였다. 당시 해양대 부두에 정박 중이던 한바다호는 진해만으로 피항을 갔다가 표류하던 바지선과 충돌했다. 배 밑바닥에 난 구멍으로 순식간에 바닷물이 흘러들어왔다. 선원들이 온몸으로 구멍을 막고, 방수포를 붙이는 혈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침몰을 막았다.

지 교수는 “죽음의 공포보다 학생들이 배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추석 연휴였던 터라 학생들이 모두 귀가했던 것이다. 그는 “뛰어난 해기사로 수출입 일선에서 활약할 학생들을 단 한 명이라도 다치게 해선 안 될 일이었다. 30만ｔ급 대형 유조선 선장 때보다 더 긴장되고 책임감이 막중했다”고 회상했다.

지 교수는 한바다호가 선박해양안전센터로 거듭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고 했다. 실습선으로서 국내 해기 교육에 수많은 역할을 해 온 것 자체로 우리나라 해운 역사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는 “폐선하기에는 너무 많은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배다. 선박박물관이자 해양안전체험관이라는 새 역할을 맡으면서 아이들이 ‘조타실·기관실 등 배가 이렇게 생겼고, 다양한 기기들이 배 안에 있구나’라고 느끼면서 선박을 친구처럼 대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새롭게 태어날 한바다호가 시민의 해양의식 고취에도 기여하길 바라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한진해운 사태로 깨달은 바다와 안전의 소중한 가치를 계속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그간 안전과 바다의 가치를 가볍게 여긴 대가는 처참했다. 한바다호를 통해 해양안전과 해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수출입 물류의 동맥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