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 미래 먹거리 주목
- 13종 재배기술 개발·보급 중
- 배 재료로 만든 화장품 치약
- 국산 사과품종 탄생시키기도

오크라 삼채 여주 공심채 강황 사탕무 얌빈 게욱 롱빈 아티초크 인디언시금치 차요테 등 채소 12종, 망고 패션프루트 용과 올리브 파파야 아테모야 구아바 페이조아 등 과수 8종.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새로운 소득 작물로 아열대작물이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황정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새로운 소득원인 아열대작물 재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신선농산물의 수출 증대를 위해 기술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50종의 아열대작물을 연구해왔으며, 이 가운데 20종의 채소와 과수가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2020년께 아열대 기후 지역은 우리나라(남한) 경지 면적의 10.1%, 2060년에는 26.6%,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전망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와 더불어 소비자 기호도 변화, 다문화 가정 등의 영향으로 아열대작물 소비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해마다 증가해 2015년 362㏊에서 2017년 428.6㏊(채소 326.2, 과수 102.4㏊)로 18% 급증했다. 2020년께에는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이 100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직접 브리핑에 나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황정환(58) 원장은 “ 20종의 아열대작물 가운데 13가지는 이미 재배기술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고 밝혔다. 또 아열대작물의 기능 성분 분석도 진행하는 한편 경기대 김명희 교수팀 및 요리전문가와 파파야 깍두기, 오크라 장아찌, 차요테잎 추어탕 등 90여 개 레시피도 만들어 책자로 발간해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소득원인 아열대작물을 재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열대작물이) 우리 식생활과 함께 하며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 되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최근 들어 주목 받는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배석세포로 만든 화장품과 치약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배에서 버려지는 석세포가 각질 제거, 연마 등에 효능이 있다고 입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사용이 금지되거나 금지될 예정인 미세 플라스틱을 석세포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배석세포는 세포벽이 단단하게 굳어 고정된 조직으로, 배를 먹을 때 입안에서 까끌까끌하게 느껴지는 물질이다. 지난달 말부터는 국산 사과 ‘아리수’가 본격 출하돼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8월 말부터 9월 초순 사이에는 그동안 신선한 햇사과를 맛보기 힘들었는데, 아리수가 이를 메워주게 된 것이다. 아리수 역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지난 2월 취임한 황 원장의 이른바 ‘현장 주의’가 있다. 황 원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최대한 멀리하고 철저히 현장 중심의 실용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신선농산물의 수출 증대를 위한 기술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딸기 포도 참다래 등의 선도유지 기술을 보급해 수출 대상 국가를 늘려가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대응해 원예작물(화훼 과수 인삼 등)의 소비 확산을 위한 품종개발 연구 강화도 황 원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농촌진흥청 소속기관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53년 당시 농림부 중앙원예기술원으로 출발했으며, 현재 산하에 시설원예연구소 배연구소 사과연구소 감귤연구소 등을 두었다. 240여 명의 연구·지도직 직원을 비롯해 3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충북대(농학 박사)를 나와 30년간 농작물 연구 일선을 지켜온 황 원장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운영 목표는 간단했다. “농업인과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R&D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