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국 공통 관심사인 ‘산’ 축제
- 2회째 31개국 260편 출품
- 국내 출품 수 전년 3배 급증
- “영남알프스, 교통 편리성 덕
- 영화제 후대에 자산될 것”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오는 21일부터 닷새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복합웰컴센터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2회째에 불과하지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벌써 세계 정상급 전문영화제라는 평을 듣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화제 산파역을 해온 오만석 (53) 사무국장을 12일 만났다. 그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오만석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장이 12일 울주군 상북면 복합웰컴센터에서 영화제 의의와 성장 배경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먼저 ‘산’이란 아이템을 꼽았다. “‘산’은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소재입니다. 지난 세월 산악영화제를 추진하는 동안 ‘산을 소재로 한 영화가 얼마나 되겠느냐’ ‘콘텐츠 발굴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우려나 걱정을 해주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산’을 소재로 하는 영화제이기에 더욱 성공을 자신했습니다.”

그의 지인들 걱정대로 산을 소재로 한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고 영화제는 더욱 그렇다. 아시아에서는 기껏해야 히말라야를 낀 산악국가인 네팔의 ‘카트만두 산악영화제’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는 23개의 축제가 있지만 이탈리아 ‘트론토’, 캐나다의 ‘밴프’ 정도가 손꼽힌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성공을 어느 정도 자신했다고 한다.

“울주는 ‘영남알프스’(울산 일대 1000ｍ 이상 고봉 7곳을 일컫는 표현)라는 천혜의 산악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는 주변에 부산, 대구 등 대도시와 가깝고 KTX역과 공항 등 교통편도 좋아 관객을 모으기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무엇보다 산을 관광자원화하고 산악영화제란 문화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키우려는 지자체의 의지도 강합니다. 이렇게 삼박자를 갖춘 조건인데 성공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면서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예술성 있게 잘 만들어진 복합웰컴센터와 주변 시설들을 가리켰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성공은 수치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2회째인 올해 영화제 출품작은 31개국 260편이다. 지난해 1회 때보다 80여 편이나 많다. 이들 가운데 심사를 거쳐 올 영화제에 상영될 작품은 21개국 97편이다. 지난해보다 19편이 증가해 관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특히 국내 영화 출품 수가 85편으로 지난해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효과임을 부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에게 (다른 영화제에 비해) 보편적이지 않은 산악영화제를 왜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다소 형이상학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산은 곧 자연이고, 나아가 지구이잖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영화란 장르를 통해 산과 자연, 지구를 다시 생각해보고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것이 결국 우리 인간을 스스로 보호하는 행동이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신설된 산악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를 예로 들었다. 릭은 산악인이면서 탐험가이자 작가, 환경운동가, 영화제작이기도 하다. 릭은 등반과 탐험을 통해 환경보전과 보호에 국경을 초월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인물로 ‘지구의 아들’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가 산악영화제와 연을 맺게 된 계기는 순수한 바람이 현실화된 그야말로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다. 울산에서 오랫동안 문화 분야 기획 일을 해오면서 향후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산악영화제 사무국을 만나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현재 울산에는 지역을 벗어나 한국, 아시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축제가 없다”며 “하지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콘텐츠가 강한 생명력을 갖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우리 후대에게 꿈이자 희망,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오 사무국장은 대구 경산대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1985년 울산에서 연극을 시작해 극단 ‘장터’, ‘울산’ 등에 몸담았다. 2003년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전시기획자로 지자체와 본격 인연을 맺었고 2009년 울주문화예술회관을 거쳐 2015년 산악영화제 사무국장으로 발탁됐다. 방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