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했던 해상 3대 노조 갈등
- 봉합 마무리 절차 진행 중
- 통합되는 대로 후속공약 집중
- 선원퇴직연금 등 과제 수두룩
- “주말 없이 바쁘지만, 보람 커”

“상선연맹과의 통합을 매듭짓고 다른 공약들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정태길 해상노련 위원장은 “세계 3위 환적항만인 부산항의 위상에 걸맞은 선원복지시설을 건립하는 게 차기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 2일 창립 91주년을 맞은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 정태길(57) 위원장이 앞으로의 연맹 운영 방안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2003년부터 전국선망선원노조위원장을 5선 내리 지낸 후 올해 1월 해상 노동자들의 최대 상위 노동조합인 해상노련의 제29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정 위원장은 노조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3년 전 해상노련이 제28대 위원장 선거를 치른 후 선거 과정 중의 갈등과 앙금으로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상선연맹), 전국수산산업노동조합연맹(수산연맹) 등 3개 노조로 갈라지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당선된 후 8개월가량 노조원들이 단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일에 매진했다”며 “노동자는 단합하고 한목소리를 내야 사용자와 정부에 맞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상노련은 지난 6월 말 수산연맹과 통합 절차를 우선 끝낸 데 이어 지난 8월 초 상선연맹과 통합을 합의하고 현재 마무리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 연맹은 지도부 체제, 대의원 배정 방식 등의 합의가 끝나면 다음 달 31일까지 합의된 사항을 근거로 합병계약서, 신설연맹의 규약 및 규정 제정안 작성 등 나머지 통합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한 번 갈라진 노동조합이 다시 통합되는 사례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그만큼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당선 이후 부산에 세계적 수준의 선원복지회관 건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해운선진국은 자국을 방문하는 국내외 선원들을 위한 호텔급 숙박시설, 정신건강센터, 교육훈련시설, 수영장, 볼링장 등 다양한 고급 복합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세계 3위 환적항만인 부산항도 이제 그 위상에 맞는 선원복지시설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산항은 세계적인 항만이지만 선원들을 위한 복지시설은 현재 낙제점 수준”이라며 “선망노조 위원장 시절부터 필요성을 주장하다가 지난 5월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용역비를 대고 최근 용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해상노련은 용역 결과 자료를 근거로 정부 예산 반영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경남 거제 출신인 정 위원장은 17세부터 배를 탔다. 은행원이 꿈이었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고등학교 진학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처음 장어 통발어선을 탔다. 어리다고 처음에는 많이 맞았다. 이후 1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건너와 시내 대형식당에서 서빙을 하다 1977년 대형선망 어선에 조리원으로 본격 승선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부산과 거제를 오가는 여객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면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국적선해운노동조합에 있으며 1988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했다. ‘선원 유급 휴가제’를 쟁취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신은 해고를 당했다. 이후 낮에는 노조 업무, 밤에는 공부하며 야간 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까지 마쳤다.

“과거 해상노련 위원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후 2년간 정수기 판매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판매 왕을 10주 연속 이어가는 등 영업에 소질을 보였지만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릴 수 없어 결국 다시 노동조합으로 돌아왔어요.”

그는 “해상노련 위원장 업무가 생각보다 어렵고 주말도 반납해야 해 사생활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일을 할수록 성취감이 크고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해상노련은 정 위원장이 핵심 공약으로 꼽았던 ▷선원퇴직연금제도 조기 도입 ▷금어기간 중 어선원 생계 보상 ▷국가 필수선박 및 지정선박 현실에 맞게 확대 ▷어선의 선원법 적용범위 15ｔ으로 확대 ▷ITF(국제운수노동조합연합회) 등 국제노동외교 강화 및 전략적 접근 등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