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해녀아카데미 1기 수료
- 제주 외 지역 최연소 입문
- “매일 5시간 고강도 노동에도
- 물속 자유로움 너무 좋아
- 3분30초 무호흡 폐활량 한몫
- 경험 쌓아 해녀학교 세울 것”

“많은 사람이 물어봐요. 26살의 젊은 나이에 왜 해녀를 하냐고. 근데 멋있잖아요.”

물질을 마친 진소희 씨. 해녀 입문 2년 차인 진 씨는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은 바닷속 보물 찾기 같다”고 소개했다.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어업인 해녀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당찬 20대 여성이 화제다. 경남 거제의 칠천도 앞바닷속을 안방처럼 유유히 헤집고 다니는 진소희(26) 씨. 그는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의 해녀 가운데 국내 최연소로 알려져 있다.

진 씨는 “드넓은 바다를 동경해 왔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 희소성 있는 직업을 찾아 보니 해녀가 딱 맞아 떨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가녀린 체격에 단정한 이미지가 해녀와는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였지만 해녀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했다.

“바다는 무궁무진한 보물 창고 같아요. 그 속에 들어가 보물 찾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매력적이죠.”

해녀에 입문한 지는 갓 1년이 지났다. 요즘 시기에는 물때에 맞춰 하루 5시간 물속에서 작업을 한다. 인터뷰 당일에는 해삼 6㎏을 건져 올렸다. 선주와 5 대 5 배분을 하니 3㎏이 자기 몫이다. 해삼 시세가 ㎏당 2만 원선이니 일당 6만 원을 번 셈이다. 아직 초보라서 수입이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진 씨는 “물때에 맞춰 5시간 동안은 밥도 못 먹고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 물질을 하는 고강도 노동이지만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 스트레스도 없고 물속에서 자유로운 것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간호조무사로 근무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고 갑갑한 직장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자기 인생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평소 좋아하던 바다로 눈을 돌렸다. 아버지와 오빠가 잠수부로 일하고 있는 가족의 영향도 컸다. 잠수부도 생각했지만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몸이 더 자유로운 해녀를 선택했다. 숨을 3분30초간 참을 수 있는 탁월한 폐활량도 직업 선택에 한몫했다.

때마침 지역에 해녀를 체험할 수 있는 거제해녀아카데미가 문을 열었다. 그 길로 입학하고 4개월 수료 과정을 거쳐 1기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카데미를 졸업했지만 해녀로 취업할 자리는 없었다.

칠천도의 한 선주를 무작정 찾아갔다. 해녀는 직업 구조상 선주와 불가분의 관계다. 한 선주 밑에 여러 명의 해녀가 일하는 방식이다. 선주는 어장 관리, 조업 현장 안내, 채취한 수산물의 유통 판매, 해녀 출퇴근 등 모든 업무를 맡아서 한다. 해녀는 바닷속 해산물 채취에만 집중한다. 채취물은 반씩 나눈다.

진 씨는 할머니 연령대인 선배 해녀들에게 매일 인사하고 준비한 빵과 우유 등 간식을 나눠드리면서 막내 해녀로 삼아줄 것을 간곡히 청했다.

“직접 찾아 나서면 안 되는 것이 없어요. 하고 싶으면 그만큼 뛰어야죠.”

해녀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바닷속에 들어가도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이제는 서서히 시야가 넓어진다고 한다. 숨을 오래 참을 수 있고 바닷속을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나이가 젊다는 것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물때와 조류, 바람의 방향, 물속 지형, 물건(해산물)이 나는 자리 등 배워 나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진 씨는 당찬 20대답게 꿈이 많다. 여름에는 수온 때문에 해산물 채취가 안 되는 만큼 여름 시즌을 위해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 중이다. 하루 5시간만 작업하다 보니 남는 여유 시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과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프리 다이빙 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이와 함께 해녀 경험이 축적되면 ‘해녀 양성 학교’를 개설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내비쳤다.

진 씨는 “해녀가 지난 4월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계승·보전할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젊은 여자들이 해녀 맥 잇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