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토요일 남녀 40명 주선
- 참여자들 편안한 대화 유도
- 새 만남 바라는 직장인 선호
- 짝 1000쌍 성사·60쌍 결혼
- 부산시 선남선녀 축제 진행도
- 만남·결혼·출산 연계 목표

부산 여성들 사이에서 정설로 여기는 말이 있다. ‘부산엔 일자리가 너무 적어서 만날 수 있는 미혼남성이 너무 적다’는 거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소개를 받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일본에선 구직활동을 하듯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나서는 일을 혼활(婚活 :콘카츠)이라고 한다. 이를 따라 결혼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건 아니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니까. 단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면 집과 회사만 오가는 생활에 변화가 필요한 게 당연하다. 부산에서 7년째 매주 토요일에 미혼남녀의 만남을 마련하는 파티플래너가 있다.

문윤호 파티빈 대표는 “가장 자신이 생긴 부분은 모객”이라며 “갑자기 파티에 결원이 생겨도 충원이 가능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문윤호(35) 파티빈 대표는 더블 버튼의 슈트를 단정하게 잠근 깔끔한 인상이었다. 파티플래너라면 아주 화려하거나 튀는 스타일을 하고 다닐 거라는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문 대표는 “앞에 나서서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대신에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파티빈의 대표 상품은 짝파티다. 올해가 7년째로 매주 토요일 남녀 40명이 모여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문 대표는 “부산에는 미혼 여성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파티에는 잘 오시지 않아 여성분들을 모으는 게 제일 어렵다”고 의외의 얘기를 했다. 매주 여성 20명, 남성 20명을 모으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싶었다. 그는 “7년간 진행하면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모객이다. 갑자기 못 오게 되는 분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이런 부분이 업계에서 인정받는 요인으로 2015, 2016년 부산시 출산보육과가 지원한 ‘선남선녀 페스티벌’을 진행하기도 했다. 짝파티 형식으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이벤트였다.

짝파티에 참여하려면 여성 24~39세, 남성 27~39세로 나이 제한이 있다. 주 고객을 직장인으로 삼아서다. 문 대표는 “꼭 커플이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로 삼는 분도 많다. 파티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짝파티는 1인당 1분30초 동안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다. 여성은 정해진 자리에 앉아 있고 남성이 차례로 이동해 모든 이가 서로에 대해 집중하는 기회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라 행사 자체를 즐기는 프로그램에도 신경을 썼다. 짝파티는 지금까지 1000커플이 탄생했고 그중 60쌍이 결혼했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다 파티 문화를 접했다. “당시 파티 동호회에선 그 파티의 성격에 맞게 드레스 코드를 잘 지키고 매너가 좋으면 킹카로 뽑는 이벤트가 있었다. 거기에 선정되면서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고 조용하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카페 운영진이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해 그때부터 파티 관련 일을 시작했다.

문 대표는 지역에서 15년간 파티플래너로 활동해 오고 있다. 파티플래너라는 직업의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문 대표는 “파티플래너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획한 파티에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만남-결혼-출산까지를 한 번에 연계하는 게 최종 목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 할 수 있을 때 그때를 가장 즐겁고 행복하고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게 파티플래너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