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간 소비자 보호에 앞장
- 사기 방지 ‘카 히스토리’ 구축
- 정수기 부당대여료 해결 보람
- 지역발전 위한 사회운동 전개
- 그동안 활동 담은 책도 발간

“소비자보호와 지역발전을 위해 한길만 보고 달려왔는데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불러준 사회운동가, 여성운동가라는 수식어가 새삼 부끄럽고 겸허히 와닿습니다. ”

조정희 회장은 “40년간 해왔던 소비자운동의 과정을 책으로 담아 출간하게 됐다”며 “많은 분이 지역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부산여성소비자연합회 조정희 회장은 1976년 부산주부클럽연합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상임대표를 맡으며 지역 소비자운동에 앞장서 왔다.

“31세의 평범한 주부이자 무용강사였던 제가 주부클럽을 통해 의식을 깨치고 사회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처음에는 친목단체인 줄 알았는 데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사회적인 나눔과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는 온몸을 바치기 시작했어요.”

1968년 결성된 부산주부클럽연합회는 부산권에서 소비자운동을 이끄는 민간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고 회원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종일 소비자 문제에 골똘하게 파묻혀 있다 보니 노년의 여유를 즐길 틈이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많이 똑똑해졌지만 IT·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해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소비자문제도 한층 더 복잡하게 진화되는 것 같습니다.”

조 회장은 그동안 해결한 소비자 문제 중 가장 큰 성과로 중고자동차 사고 이력 조회 시스템인 ‘카 히스토리’를 꼽았다. 그의 노력 끝에 보험개발원의 카 히스토리(www.carhistory.or.kr)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은 사려는 차량의 사고 이력을 꼼꼼히 따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중고차 관련 고발이 하루에 수십 건 들어왔는데 대부분 업체가 무사고로 속여 판매한 경우였어요. 4년 동안 중앙정부와 국회 등에 탄원하면서 카 히스토리가 구축됐습니다.”

그는 또 2007년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됐던 정수기 업체의 부당 대여료 독촉 사건 해결에도 앞장섰다. 전문 채권 추심회사가 시효가 지난 채권을 넘겨받아 2003년 파산한 J사의 정수기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에게 물건 값과 대여료 등을 부당하게 요구한 사건이었다.

“당시 관련업체의 협박을 받기로 했지만 소비자의 권리보호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송에 앞장섰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와 이들 피해 소비자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조 회장은 소비자운동은 나눔이라는 생각으로 지역 저소득층 홀몸어르신 1300여 명을 초청하는 행사인 ‘홀로어른 위로대잔치’를 부산롯데호텔과 함께 18년째 이어 오고 있다.

그는 소비자운동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회 운동에 힘썼다. 고리1호기 재연장 반대, 신공항 건설, 선물거래소 이전 반대,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해제, 르노삼성차 애용 캠페인 등 지역 정책 이슈마다 참가해 힘을 보탰다.

그는 그동안의 사회 활동을 담아 ‘소비자운동 40년, 조정희의 부산사랑’ ‘참여와 실천이 경제를 살린다’ 등 책 2권을 출간해 소비자 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가습기 살균제, 자동차 결함, 독성물질 생리대, 살충제 달걀 등 소비자 문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소비자 권리가 지켜져야 할지 고민하면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조 회장은 오는 27일 오후 6시30분 부산상공회의소 상의홀에서 고희연을 겸해 출판기념회를 열고 참가자들과 지역 소비자운동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