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간 몽골에 머물면서
- 길거리 아이들 교육사업
- 초중고 대상 무료 의료사업
- 농사 지어 장학금 지급도

올 1월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는 제6회 이태석봉사상 수상자로 이호열(살레시오 수도회) 신부를 선정했다. 이태석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다 숨진 부산 출신 이태석 신부의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제정된 상이다. 이 신부는 2001년부터 몽골 울란바토르와 다르항에서 16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등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사업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그가 최근 동아대 개교 71주년 기념 ‘자랑스러운 동아인상’ 수상자 겸 특강자로 부산을 찾았다.

이호열 신부는 “몽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나무를 심으면서 생명을 살리는 문화를 삶에서 배우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지난달 30일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강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그에게 뒤늦게나마 이태석봉사상 수상의 의미를 들었다. 이 신부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다가 “올 초 수상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며 “이태석 신부는 같은 회 소속 후배 신부이기도 하고 어릴 때 같은 동네(서구 남부민동)에서 산 이웃이기도 하다. 2000년 대희년에는 함께 선교 파견식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했다. 그때 이태석 신부는 로마에서 공부해 2년 뒤 사제가 돼 수단으로 갔고, 나는 2001년에 몽골로 갔다. 이태석 신부의 삶처럼 봉사적인 삶을 살기로 했으니 초심을 잊지 말고 더욱 봉사적인 삶에 투신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공학과(77학번)를 졸업한 공대생이 어떻게 성직자의 길을 가게 됐을까. “수도회에 가면 나 같은 사람이 많아요. 결정적인 계기는 우리 단체를 설립한 돈 보스코 성인의 흑백영화였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들의 친구요,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 스승이면서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한 영적인 아버지인 그분의 삶을 보고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사제가 되고 난 뒤 이 신부의 첫 소임은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 운영이었다. 아이들과 같이 사는 게 참 좋았다는 그는 “제가 가난하게 태어났기에 늘 가난한 아이들과 살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가난한 청소년들이 대상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때맞춰 몽골 살레시오회의 첫 멤버가 됐다”고 회상했다. 1991년 러시아 연방에서 독립하면서 자본주의에 유입된 몽골은 10년이 지난 2001년에도 모든 것이 어수선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길거리 아이들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겨울에 난방 파이프가 지나가는 맨홀 안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모두 3500명 정도였어요. 돈 보스코 성인이 기차역에서 아이들을 불러 모은 것처럼 저도 맨홀에 사는 아이들을 모아 교육사업을 시작했습니다. 6년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 후 다르항으로 가서 맡은 일이 의료사업이다. 한국가톨릭 의료협회, 한국학교보건교사회와 협력해 30개 초중고에 학생들의 신체발달 검사체계를 확립하도록 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가장 보람됐다”며 “일반인들을 위해서는 안과의사들이 매년 방문해 백내장·사시 수술 등을 할 수 있도록 의료사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는 몽골에서 가난을 극복하려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우스 6동으로 농사를 지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생의 대부분이 아주 사소한 일들의 연속인 것 같다는 그는 “사소한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일에 충실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몽골에서 청소년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이 신부는 “농사를 짓고 나무도 더 많이 심을 것이다. 가난한 청소년에게 일거리도 되겠지만 생명을 죽이는 문화에서 생명을 살리는 문화를 삶에서 배우게 하고 싶다. 여력이 된다면 생태와 접목된 학교도 짓고 싶다”며 그 앞에 놓인 무수한 소임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