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심정지환자 소생률
- 부산전역 평균 4.4% 그쳐
- 부부가 살린 환자는 33%
- 부인 올해 배지 2개 받아
- 끔찍한 현장고충 대화로 풀어
- “심폐소생술 반드시 배워야”

‘4.4%’. 2017년 상반기 부산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가 되살아난 비율이다. 918명의 환자 중 41명만이 살아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12명의 심정지 환자 중 4명(소생률 33%)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킨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항만소방서 부두센터에서 근무하는 유지웅 소방교(37)와 남부소방서 대연센터 최현희(여·33) 소방사이다. 심정지 환자가 되살아나려면 구급대원 도착 전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 환자의 상태 등 많은 요소가 작용하지만 6개월 동안 4명을 살린 일을 우연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소방의 날(11월9일)을 맞아 부산 곳곳에서 기적을 일구는 결혼 5년 차 부부 구급대원을 만났다.

하트세이버 부부인 유지웅(왼쪽) 소방교와 최현희 소방사는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꼭 배웠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2011년 입사해 올해까지 7명의 심정지 환자를 살려낸 유 소방교는 하트세이버 배지를 딴 비결로 ‘운’을 꼽았다. 그는 “진짜 비결은 없다. 있다면 운인 것 같다. 환자분이 살아 주셨기 때문에 지금 인터뷰 기회도 얻게 된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매일 현장을 누비며 힘을 써야 하는 직업 특성상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없이 많은 환자를 만나는 구급대원에게도 심장이 멎었다가 소생한 환자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유 소방교는 자신이 7명을 되살릴 당시를 또렷이 기억했다. 그는 “되살아난 7명이 어떤 상태로 누워 있었고 누가 신고를 했는지 다 기억이 난다”며 “내 손을 거쳐 호흡이 살아나고 심장이 다시 뛴 사람들이라서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8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접고 2015년부터 구급대원이 된 최 소방사는 올해만 1월과 6월에 하트세이버 배지 2개를 받았다. 지난 1월 남구 대연동 자택에서 쓰러진 70대 할아버지를 최 소방사는 20여 분 동안 가슴 압박 200여 회와 6회의 전기충격으로 살려냈다. 최 소방사는 “심정지 환자를 살린 것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경험이었다”며 “신기하기도 놀라기도 했지만 이후 더욱 적극적인 구급활동을 벌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서로의 직장생활을 잘 아는 이들 부부는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최고의 동반자다. 유 소방교는 “구급대원을 막 대하는 사람들과 특히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끔찍한 현장을 매일 다녀야 하는 우리 부부는 이런 고충을 서로 잘 이해하기 위해 집에서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심장이 멈춘 뒤 약 5분이 지나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 뇌세포가 괴사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심장 압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 부부는 인터뷰 내내 심폐소생술을 꼭 배워야 하고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곁에서 꼭 심장 압박을 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힘주어 말했다. 지난 1월 최 소방교가 구한 심정지 환자는 사실 직장 동료의 가슴 압박 덕에 건강한 상태로 되살아났다.

“직장 동료 2명이 번갈아 가면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해서 제세동기로 전기충격을 2회 가하니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습니다. 이동 침대에 실린 채로 저와 바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습니다. 3일 뒤엔 두 발로 걸어서 퇴원했더라고요.”

이들 부부는 출동 후 보호자들이 가끔 구급대를 찾아와 고마움을 전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밝혔다. 부부는 “시민 여러분. 꼭 심폐소생술을 배우시고 고생하는 구급대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