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보다 유쾌한 에너지 가득
- 워킹·표정은 프로못지 않아

- 오늘 부산디자인센터서
- 선배모델과 10회기념 한무대

“모델은 의상을 가리지 않아요. 우리도 엄연히 실버 ‘모델’이니까요. 어떤 옷이든 소화하는 게 모델 아니겠어요?”

	지난 16일 부산 수영구 청전 노인생활체험관 교육지원센터 연습실에서 실버패션쇼 참가자들이 패션쇼 무대에서 선보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지난 16일 부산 수영구 사회복지법인 청전 노인생활체험교육지원센터 ‘실버 패션쇼’ 연습실에서 만난 참가자 한영자(여·73) 씨는 ‘패션쇼 의상이 마음에 드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버모델이 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프로 못지않은 진지함과 당당함이었다. 강렬한 빨간색 니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김소아(여·77) 씨도 “매일 집에서 하이힐을 신고 워킹 연습을 한다”면서 “다들 성공적인 패션쇼를 위해 열심히 하는데 그 마음을 아니까 나도 게을리할 수가 없다”며 프로의식을 드러냈다.

이들이 런웨이에 오르는 ‘제10회 실버패션쇼: 새로운 도약, 세상의 중심에 서다’는 18일 오후 3시부터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다. 패션쇼에 참가하는 실버모델은 총 50명. 앞서 1~9회에 참여했던 20명과 이번에 새롭게 선발된 30명이 무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실버모델이라는 이름을 가져갔다. 이날 패션쇼는 10회를 기념해 1~9회 선배 모델의 축하쇼로 시작을 알리고, 패션쇼 본무대는 정장 한복 등 콘셉트별 3부로 나눠 진행한다. 틈틈이 모델들이 직접 준비한 왈츠&자이브 축하공연도 있다.

패션쇼가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이날 연습실에는 긴장감보다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나이를 알기 전에는 60대 이상 어르신만 선발한 모델단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중앙 연습무대에선 전문강사의 감독 아래 모델들의 최종 동선과 포즈를 확인하는 한편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워킹을 바로잡아주는 등 열정적인 모습도 보였다. 강표노(74) 씨는 “여기 오는 분들은 관리를 잘해서 옛날로 치면 40대 정도다”며 “나는 4회 때 무대에 오르고 이번에 또 기회를 얻었는데, 패션쇼 할 때마다 10년씩 젊어지는 것 같다”면서 크게 웃었다.

모델답게 남다른 사복 센스도 자랑했다. 베레모와 보라색 계열 정장을 입고 온 김우곤(79) 씨는 본인 소유인 이 옷을 입고 런웨이에 오른다고 말했다. “14년째 복지관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앞에 서니까 항상 와이프가 옷을 신경 써줘요. 그러다 보니 나도 패션에 관심이 생겼고요. 여기 선생님이 이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라고 해서 패션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기뻤습니다.”

한편 부산시와 사회복지법인 청전이 주최하는 이번 패션쇼는 수원대 건강과학대학 의류학과와 홍단 김현숙 한복연구소, 윤드레스, 해리슨테일러 부산점, 오더숍 등에서 의상을 협찬하고, 당일 헤어와 메이크업은 영산대학교 평생교육원 피부미용과에서 재능기부한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