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러시아서 독립 100주년
- 강대국 틈새 낀 한국과 닮아
- 향후 양국, IT·관광협력해야
- “부산-헬싱키 직항 개설 필요”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발발하자 독립을 선언, 올해 독립 100주년을 맞았다. 또한 올해부터 북극권 국가들의 정부 간 포럼인 북극이사회의 의장국, 북극경제이사회 의장국을 겸임하고 있다. 조선업, 북극 협력과 관련해 부산과 핀란드도 가까워지고 있다.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대사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대사관에서 한국-핀란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지난 17일 주한 핀란드대사관에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대사를 만나 독립 100주년의 의미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핀란드는 국가 정체성을 부여하는 독립을 위해 싸웠다. 핀란드는 1차, 2차 세계대전 때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독립 100주년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핀란드는 지금 민주국가이자 북유럽 복지국가로 발전해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는 스웨덴, 러시아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강대국들의 틈에 끼어 있는 모습은 한국과 닮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 간 감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핀란드와 러시아도 비슷한 관계이지만 저희는 자치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이 강하지 않다”면서도 “핀란드는 또한 스웨덴과는 스포츠, 특히 아이스하키를 제외하고는 매우 친한 친구다. 아내가 스웨덴 사람인데 다만 핀란드·스웨덴 아이스하키 경기 때에는 같은 방에 있을 수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북극이사회 의장국 수임에 대해 “핀란드 사람들은 매우 실용적이기 때문에 북극 문제도 매우 실용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자연보호, 기후변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많은 협력을 유도할 것이다. 특히 북극에는 오일, 가스 등 많은 천연자원이 있는데 개발과 환경보호의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의장국은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들과 북극이사회 회원국들 간의 통합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도움으로 2013년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가 됐다.

그는 “얼마 전 핀란드의 쇄빙연구선인 노르디카호(9300t급)가 부산에서 출발(본지 지난 6월 16일 자 18면 보도)해 북동항로를 통해 유럽까지 역대 최단 기간에 갔었고 저도 이 배에 승선했었다”고 말하는 등 한국·핀란드 북극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당시 자신이 이 배에 승선해 찍은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핀란드는 다음 달 12~15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 북극종합포럼인 ‘북극협력주간’ 행사에서 지난해보다 더 비중을 둘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 행사는 연설자들도 좋았다. 부산이 북쪽이 아니라 남쪽이라 아주 인상 깊었으며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올해 행사에는 알렉시 헤르쾨넨 북극대사(북극 전담 고위 외교관)가 부산에 일주일 동안 머물며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부산에 갈 때마다 바다와 자연, 원도심, 부산항의 크고 매우 길고 아름다운 다리가 감탄스러웠다. 핀란드와 부산은 무역, 조선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IT, 관광 분야에서 많은 협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는 대형 핀란드 디젤 모터 업체인 바르칠라(Wartsila) 지사가 진출했다.

그는 핀란드 헬싱키~부산 항공기 직항 개설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부산을 비롯한 남부권 주민들이 모두 원하고 있다. 경쟁이 있어야 고객들이 만족한다. 비즈니스와 관련해 부산에 많은 수요가 있고 직항이 있다면 빠른 시간에 좋은 서비스로 직접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또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인 ‘무민(북유럽 신화 속 괴물) 원화전’을 열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 내에 부산, 대구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무민은 매우 친절한 핀란드 사람과 같다. 핀란드는 큰 나라들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다. 강대국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을 중요시하고 성실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과 핀란드 사람은 한국말로 ‘케미’가 좋다”고 말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주중국(광저우) 총영사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부터 4년 임기로 주한 핀란드대사관에서 근무 중이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