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 종사하며 비리 차단
- 매년 수억 원 예산 사회 환원
- 10여 년간 총 35억 원 기부
- CEO 기부문화 정착에 앞장

‘건축하는 시인’ ㈜신태양건설 박상호(63) 회장이 청렴문화운동 확산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중앙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요즘 전국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은 10년가량 부패방지 시민운동을 하다가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사단법인 등록인증을 받은 권익위 소관 단체다. 비리나 뇌물을 멀리하고, 각종 비리와 부패를 양산하는 사회적 관행을 없애는 국민문화운동을 전개하는 것 등을 행동강령으로 한다. 총연합 아래 28개의 기관이 있고, 22개의 시·도지부가 있다.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며 3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박상호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중앙회장이 청렴문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총연합은 다음 달 9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4회 UN국제부패방지의날’ 행사를 주최한다. 12월 9일은 UN이 정한 부패방지의 날이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을 수여한다. 이상도 국제라이온스 이사, 황승영 둔산병원 이사장 등이 대상을 받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총연합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박 회장은 평소 청렴문화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건설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비리에 연루되기 쉽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도를 걷겠다는 평소 철학이 총연합회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박 회장은 “자주 나를 돌아보며 마음을 잡는다. 정도 경영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번에 30만 명을 대표하는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회 회장이 된 것을 기회로 청렴문화가 전국으로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기업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사회 환원을 사시로 삼을 정도다. 신태양건설은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을 사회 환원 사업에 쓴다고 한다. 그는 부산대에 2억4000만 원, 부경대에 2000만 원 등 대학에 기부금을 냈고,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는 3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양산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3000만 원, 모교인 경남고에 20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징검다리 사업’에 5000만 원을 내는 등 10여 년간 총 35억 원을 기부했다. 박 회장은 고액기부자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이런 큰돈을 장기간 기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세상에 네 돈 내 돈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처럼 외국 유명 CEO는 기부를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2년 2월 경남고를 졸업한 박 회장은 부산대 의예과에 입학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의예과 2년을 수료하고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걸었다. 문학을 좋아한 박 회장은 돈을 벌다가 2006년 ‘열린시학’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까지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여’ 등 총 3권의 시집을 냈다. 지난해 10월 펴낸 3집 ‘피안의 도정’에는 시 한 편이 110쪽에 달하는 장편시가 들어 있다. 박 회장은 “이 시를 쓰는 데 40년이 걸렸다. 내 인생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시에서 ‘영원한 행복’을 찾아 나선 시인의 고뇌를 다뤘다. 평론가 이지엽 경기대 국문학과 교수는 “‘피안의 도정’은 행복의 진실, 그 불멸의 여의주를 찾는 시인의 고뇌에 찬 여정을 기록한 서사시다. 서사성이 사라진 한국 시단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