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가정 늘고 있지만
- 역사·문화 대한 이해 부족
- 동남아 10개국 연합 ‘아세안’
- 전시·공연 통해 종합적 소개
- 학생 교육 프로그램 추진도

“아세안(ASEAN)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4대국(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수준으로 높이겠습니다.”

함승훈 원장은 “아세안문화원이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외교관 역할뿐 아니라 지역 전문가 육성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진 기자

지난달 9일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위와 같이 밝히며 아세안과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10곳이 모인 국가연합체다. 아세안은 인구 6억3000만 명, 국내총생산 총 2조6000억 달러에 평균 경제성장률은 5.5%에 이르는 역동적인 곳이다. 지난 9월 아세안의 10개국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문화원이 부산 해운대구에 문을 열었다. 최근 아세안문화원의 함승훈(55) 원장을 만나 아세안의 중요성과 문화원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함 원장은 문을 연 지 2달여 지난 문화원이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개원한 후 이어진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에 시민 3000여 명이 다녀갔다”며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문화원을 거쳐 가기로 노선을 조정하면서 방문객이 더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원은 ‘아세안을 엮다 아세안을 잇다’는 주제로 아세안 10개국의 정치와 문화 이해를 돕는 상설전시관을 운영 중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세안의 세계문화유산을 가상현실(VR)로 재현한 전시도 볼 수 있다. 개원 기념 특별전시로는 ‘화혼지정’이라는 이름으로 아세안 창설 50주년을 기념해 결혼을 주제로 한국과 아세안 각국의 혼례복과 소품을 전시한다.

함 원장은 부울경지역이 한국과 아세안 교류의 거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 체류하는 아세안 출신이 37만 명인데 이 중 20%가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산다”며 “부산에만 2만2000명의 아세안 출신이 다문화 가정을 이룬다”고 말했다. 부산은 캄보디아 프놈펜,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미얀마 양곤, 필리핀 세부, 베트남 호찌민 등 아세안 5개 도시와 자매결연하는 등 아세안과 활발하게 교류 중이다.

부산의 아세안문화원은 세계 최초로 아세안 역외 국가에 아세안 10개국을 소개하는 기관이다. 2014년 말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문화원 설립이 결정됐다. 부산시가 해운대구 좌동에 땅을 제공하자 지난해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 9월 1일 개관했다. 문화원 건물은 동남아 가옥의 지붕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6330㎡)로 지어졌다. 리히터 규모 7.5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

함 원장은 “동남아 지역에 많은 관광객이 가지만, 수박 겉핥기식 관광에 그치는 일이 많다. 여행 전 문화원을 찾으면 사전지식을 풍부하게 얻은 뒤 동남아로 떠날 수 있다. 이미 다녀온 사람도 문화원에서 동남아의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문화원에서는 지난 9월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함께 아세안 국가의 결혼 가정 어린이를 테마로 한 아세안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화원은 앞으로 부산 영상위원회와 협력해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세안 영화를 소개할 계획이다.

함 원장은 “아세안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기다. 지역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아세안을 깊이 공부할 좋은 기회”라면서 “한·아세안을 잇는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산외대와 함께 교육프로그램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아세안 분야 전문가 찾기 힘들다”며 “문화원이 지역 전문가 육성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한 함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대외협력국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