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부터 ‘뇌청춘프로젝트’ 등
- 부산치매센터 350시간 활동

- “대학생 참여자 많을수록
- 실종자 발생 때 신속한 대응
- 사회적 관심 환기 등 도움”

“치매 어르신을 돕고, 일반 시민과 보호자에게 치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울 수 있어 저에게 잘 맞더라고요.”

치매 파트너 활동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이건일 씨는 “치매 환자의 증상을 이해하고 돌보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최근 ‘치매 파트너’ 활동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동아대 간호학과 3학년 이건일(23) 씨는 밝은 미소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그는 “치매 파트너로 활동한 350시간의 노력을 좋게 봐주시는 분은 있었지만 상을 받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그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시켜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이 모여 있는 요양원으로 갔는데 이분들께 제가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뒤부터는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목욕을 시켜드리고 식사도 같이하다 봉사에 뜻을 두고 간호학과로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간호학과에 진학한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부산시치매센터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치매 파트너 3기와 리더단 4기 대표 활동을 하며 ‘치매 인식개선 캠페인’과 ‘뇌청춘 프로젝트’ 등 활동에 참여했다. 뇌청춘 프로젝트는 부산시치매센터와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요양보호사가 한 조가 돼 주 2회 치매어르신을 찾아가 증상에 맞는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5월에는 온천천에서 시민 1000여 명과 함께 치매 극복 걷기 대회를 열어 대학생 치매 파트너끼리 따로 부스를 운영하거나 플래시몹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대학생 치매 파트너가 많아지면 치매 어르신 실종 시에도 빨리 찾을 수 있고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치매 파트너로 활동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경계하고 어색해하며 말도 잘 안 하시는 분이 계셨다. 당연히 여러 번 만나도 저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저를 기억하고는 ‘고맙다’고 하시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그간의 활동으로 얻게 된 노하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22명의 치매 환자를 만나봤는데 증상은 제각각이었다”며 “치매 환자를 대할 때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식으로 돌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환자가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증상을 이해하고 돌보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치매에 대한 관심은 가족들에게로 확대됐다. 최근 함께 사는 할머니를 모시고 치매 선별 검사를 받도록 한 것. 이 씨는 “일반 가정에서는 노인들이 치매에 걸렸는지 잘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며 “검사를 받게 했더니 부모님께서 ‘우리가 못한 일을 아들이 했구나’ 하시면서 기특해하는 모습을 보고 좀 더 주변에 관심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치매 파트너로 활동하고 싶다는 그는 치매 환자를 돌보려는 마음은 결국 자신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치매 환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에서는 치매 어르신과 의료진이 함께 어우러져 치매에 걸렸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행복하게 산다”며 “우리나라도 치매 파트너가 많아져 치매 환자가 굳이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걸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돌봄체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