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학기제 프로그램으로
- ‘나눔의 얼룩들’ 전시 개최
- 각자 방식으로 ‘이면’ 표현

- 기성작가도 학생기획 응원
- 귀중한 작품 흔쾌히 내줘

유능한 문화기획자 양성은 부산 문화계의 숙원이자 과제다. 반갑게도 부산에 미래의 문화기획자를 꿈꾸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대학생들이 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에서 문화기획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다. 최근 스스로 기획한 전시를 열고 벅찬 심정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이 학부 1기생 ‘누비다’ 팀을 최근 전시장에서 만났다. 학생들은 “전시 기획과 작가 섭외, 작품 설치 등으로 정신없는 2학기를 보냈지만 이론으로만 배우던 문화기획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북구 ‘공간 소두’에서 경성대 문화기획 전공 학생팀 ‘누비다’가 자신들의 첫 기획전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소현, 박지현, 이정현, 박소윤, 손지현 씨.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누비다’ 팀은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문화기획학과 2학년 박소윤(21), 3학년 손지현(21) 박지현(21) 백소현(25) 이정현(21) 씨 등 5명으로 이뤄진 팀이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부산 북구 금곡동 ‘공간 소두’에서 ‘나눔의 얼룩들’이라는 제목으로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여 개최했다. 이 기획전은 경성대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수업을 심사해 학점과 장학금을 주는 ‘열정학기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이번 전시는 대학 수업의 하나로 진행됐지만, 평소 부산에서 대학생들이 기획한 전시를 좀처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백소현 씨는 “김해 수안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이번 전시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이수진 교수의 지도로 수안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책자 발간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공동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나눔’이라는 주제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백 씨는 “나눔이 꼭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다. 구성원 각자 나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기획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소윤 씨는 나눔의 이면에 주목해 작품을 제작했다. 박 씨는 “인간은 어머니와 생명을 나누면서 태어났다. 나눔은 원래 우리 DNA에 깊이 새겨져 있는데, 왜 사회적으로 나눔을 그토록 강조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손지현 씨는 ‘반쪽짜리 진실’을 나누는 미디어의 이면을,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광기 작가의 영상 작품을 통해 선보였다. 박지현 씨는 재개발을 통한 강압적인 ‘나눔’의 현장을 정근업 작가의 사진 작품으로 보여준다. 백소현 씨는 공적인 나눔을 외면하는 사회 지도층을 채정완 작가의 작품으로 이야기했다. 이정현 씨는 나눔에도 ‘등급’을 매기는 현 세태를 풍자한 김소라 작가의 회화 작품으로 기획의도를 표현했다.

전문 기획자가 아니라 기성 작가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이정현 씨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사이트에서 김소라 작가의 작품을 보고 기획의도와 잘 맞아 무작정 섭외를 시도했다. 제주도에 사는 작가가 비행기를 타고 직접 작품을 운반해줬고 오픈식까지 참가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백소현 씨는 “대부분 작가가 이메일로 보낸 기획서만 보고 호의적으로 귀중한 작품을 우리에게 내줬다. 우리가 문화기획자로 성장해 부산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처음 경험하는 전시 기획이다 보니 어려움도 물론 있었다. 특히 5명의 생각을 하나의 기획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박지현 씨는 “처음 콘셉트 회의를 했을 때는 서로 원하는 내용이 달라 다들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각자 주장을 내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5명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웃었다.

손지현 씨는 “수안마을 책을 만들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전시 쪽에만 한정된 기획자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미래 꿈을 펼쳐 보였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