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정치학교·토론대회 계획
- 숙의민주주의 토대 역할 수행
- 부마항쟁 국가기념일로 추진
- 국비회복 등 재정안정화 모색

“민주항쟁의 역사를 기념만 하는 것은 과거에 갇히는 일입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가 촛불혁명으로 드러났듯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민주공원은 민주주의 가치를 기념하고 이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는 시민 교육의 장이 되겠습니다.”

부산민주공원 김종기 신임 관장은 “저평가된 부마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담기도록 해 우리 역사 속에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최근 부산민주공원 8대 관장으로 선출된 김종기 신임 관장을 민주공원기념관에서 만났다. 임기는 내년부터지만 매일 이곳을 찾아 인수인계를 받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3년 임기 중 부마항쟁 40주년, 공원 설립 20주년, 기념사업회 창설 30주년을 비롯해 4·3사건 7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등 굵직한 기념사업이 몰려 있어요. 아울러또 문재인 정권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인데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김 신임 관장은 민주공원을 숙의 민주주의의 토대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대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대의제의 한계를 여러 국가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 다양한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간접 민주주의에 이식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때 우리가 경험한 숙의 민주주의가 그 중 하나이다.

그는 “시민이 상시적으로 학습·토론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숙의·심의 민주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부산시민토론대회’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년이 정치에 진출하거나 비정부기구 등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정치학교’도 신설할 계획이다. 김 신임 관장이 1988년 부산민주청년회 활동 당시 청년이나 교사 등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었던 청년학교의 응용버전이다. 당시 부산대 총학생회 간부였던 그는 교감으로 활동했다. “지난 두 번의 정권에서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며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발판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부마민주항쟁을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국가기념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신임 관장 공모에 지원하면서 내세웠던 첫 번째 공약이기도 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가능하게 했던 것도, 6월항쟁의 불씨를 부산 경남에서 되살릴 수 있었던 것도 “부마민주항쟁 당시 대규모 시위와 경험 덕분”이라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김 신임 관장은 “4·19민주이념에 이어 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정신까지 넣으면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 민주운동의 계보가 담기게 된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마민주항쟁을 우리 역사 속에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2013년 반 토막 난 국·시비를 완전히 회복하고 재정안정화를 모색하는 일이 숙제로 꼽힌다. 지난 몇 년 동안 삭감분을 조금씩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민주공원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

“지난 9월 시의회가 민주화운동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우리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부 사업 공모에도 참여해 시민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민주화 운동 경력만큼은 모자라지 않는다”는 김 신임 관장은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부회장으로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부산가톨릭센터 농성단 학생대표를 맡았다. 부산가톨릭센터는 서울 명동성당 농성이 끝나고 전국적으로 항쟁이 소강상태일 때 항쟁의 열기와 불씨를 되살린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부산민주청년회 초대 교육부장으로 일했으며, 부산대와 독일의 훔볼트 대학 사회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부산 등지에서 민주시민 교육에 힘써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