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무료급식소 운영 효시
- ‘사람과 산’에 산악시 연재
- 대피소 줄여 다른 곳 확대 등
- 자연에 방점 찍고 공원 보전
- 자연 주권주의 뒷받침 목표

산악 인생 50년의 ‘산악 시인’이 대한민국 국립공원을 총괄 관리하는 수장이 됐다. 30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벌여 전국 무료급식소의 효시를 만들었던 산악인 권경업(65) 신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의 취임 일성은 “자연도 주권이 있다”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권경업 이사장은 “가장 민감한 생태계인 설악산과 지리산의 대피소 수를 줄이고 다른 산에 대피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권 이사장은 “첫 국립공원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이 1967년 지정된 이듬해인 1968년부터 50년 동안 산을 타며 국립공원을 이용한 사람으로서, 자연의 주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공간인 국립공원을 보전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간이 자연을 최대한 보호할 것인지, 자연을 이용해 인간의 행복감을 높일 것인지 정하는 게 과제인데 앞으로 자연 보호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권 이사장은 “현재 국립공원 등 국내 자연생태계는 이용에 70%, 보전에 30%로 이용자에게 치우쳐진 상태”라며 “잘 보전된 생태계가 결국은 이용자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 자명하니 보전이 70%, 이용이 30%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은 설악산과 지리산 등 주요 명산의 국립공원 정상부에 있는 대피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전국 대피소에서는 연간 400ｔ의 인분이 배출된다”며 “헬기를 띄워 인분을 가져와 처리하는 비용과 인력 등이 상당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용자를 고려한다면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운을 뗐다. 권 이사장은 “험준한 산악 내 최소한의 보호 공간인 대피소의 기능을 고려할 때 이제 국민의 동의를 얻어 대피소 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생태계인 설악산과 지리산에 대피소가 집중돼 이곳의 대피소 수를 줄이고 다른 산에 대피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역설했다.

전국 국립공원 22곳 가운데 17곳은 산이다. 나머지는 해양 4곳(한려해상 다도해 태안해안 변산반도)과 유적 1곳(경주)이다. 권 이사장은 “강원도 동강 일대는 남한강의 절경과 다양한 어종, 석회암 동굴 등으로 자연의 보고로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국립공원 제도 도입 50주년과 공단 창립 3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우리 국립공원 제도는 사실상 미국을 모방했는데, 드넓은 자연 공간을 지닌 미국은 무려 150년 전에 옐로스톤을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권 이사장은 “이용자도 드물었던 시기에 미국은 왜 국립공원을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라”며 “바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을 경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의 무한한 희생 위에서 고도로 성장해온 문명 아래 인간이 자연에 그나마 보답하고 배려하는 제도가 국립공원”이라며 “결국 자연이 가진 주권을 보존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완수해야 할 목표”라고 부연했다.

1952년 경북 안동 출생인 그는 어릴 적 부산으로 와 부산 금성고와 경남정보대를 나왔다. 1990년 백두대간 연작시 60여 편을 월간 ‘사람과 산’에 연재하면서 ‘산악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기도 했다. 권 이사장은 “산행은 모든 것을 비워내는 과정의 연속이면서 인간이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몸짓”이라고 표현했다. 권 이사장은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는 국립공원이 되고자 산간벽지와 오지에서 최선을 다해 근무하는 공단 직원들에게도 성원을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