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부산대학교 발전기금재단 사무실로 휠체어를 탄 우주연(50·1급 장애) 씨가 들어왔다. 불편한 몸으로 직접 학교를 찾은 그는 “부산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약품 및 항체개발비 지원에 보태달라”며 200만 원의 발전기금을 내놨다. 2018년 1월부터는 매월 2만 원을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목숨이 다하면 의학 연구시설이 있는 부산대에 시신을 기증해 생명과학 연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사후 시신기증의 뜻도 전했다.

지난달 21일 부산대 발전기금재단을 찾은 우주연(가운데) 씨.

부산대를 위해 큰 결심을 내린 우 씨와 학교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부산대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저녁이면 불을 밝히고 교사로 활동했던 장애인 야학 ‘참배움터’의 학생이었다. “서른에 야학에서 부산대 학생을 만나 배움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뒤늦게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부산대에 이 돈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989년 문을 연 참배움터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 중증장애인을 위한 야학으로, 부산대 인근에서 운영하면서 장애인에게 국어 교육과 검정고시 등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는 우 씨는 “장애인으로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속에 많은 이가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참배움’의 의미를 가르쳐준 따뜻한 학생들이 다닌 부산대학교라면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먼 미래에라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이번엔 200만 원만 전달하고, 2018년 1월부터는 매월 2만 원을 발전기금으로 낼 것이니 생명과학 연구에 사용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기부자 우주연 씨의 고귀한 뜻에 따라 이날 기증받은 200만 원을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의 약품 및 항체개발비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며 “기부자가 향후 출연하는 발전기금도 대학의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에 소중하게 사용해 학문의 발전이 사람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