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호프 ‘갈매기’로 작품상
- 원작 깊은 이해로 서사 표현
- 러시아서 8년간 연출 등 공부
- “창단 10돌 맞아 2021년까지
- 체호프 4대 장막극 완성할 것”

“부산에서 정통 러시아 연극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욕심이었죠. 쉽지 않았는데, 극단 창단 10주년을 앞두고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고맙고 기쁩니다.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의 매력을 많은 분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2017 한국연극베스트작품상’을 받은 극단 이그라 최성우 대표는 “2021년까지 안톤 체호프 4대 장막극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극단 ‘이그라’의 최성우(46) 대표가 말했다. 이그라는 지난해 말 작품 ‘갈매기’(안톤 체호프 작, 최성우 연출)로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제10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2017 한국 연극 베스트 작품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연극대상’은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준 국내 연극인과 작품을 해마다 선정해 젊은 연극인상,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 작품상 등을 수여한다. ‘베스트 작품상’은 서울을 제외하고 14개 지역에서 한 작품씩 뽑는데, 부산의 영예는 이그라에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9일까지 열린아트홀(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 공연됐으며,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사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단 이그라는 2008년 1월 창단했다. 놀이, 연극을 뜻하는 ‘play’가 러시아 말로 ‘이그라’다. 경상도 방언으로 ‘이거다!’는 의미도 있다.

대표이자 연출가인 최 대표는 1996년부터 8년 동안 러시아에서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며 극작가 안톤 체호프를 비롯해 러시아의 사실주의 연극과 메소드 연기 이론에 깊이 매료됐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최 대표는 “러시아 연극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이고, 사실적이다. 과장된 표현을 절제하고 일상을 무대로 옮겨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그 속에서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낸다”며 “러시아 정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심한 표현이 그래서 중요하다. 국내에서 체호프 작품이 많이 공연되지만 놓치는 점이 발견되곤 했다. 제대로, 잘 만들어보고 싶었다.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창단 이후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갈매기’ 등 러시아 작품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검찰관’ 등 고전 번역극을 해왔다. 유학 시절 만난 아내이자 배우 김정순 부산예대 교수는 최 대표와 이그라의 한 축을 맡는다. 두 사람은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에 가서 의상은 물론 찻잔, 반지와 같은 소품까지 공수해 온다. 작은 몸짓 하나도 시대 분위기를 살려 연출한다. “손수건을 주머니가 아닌 소맷자락에 넣는다든지, 마주 앉은 상대방에게 화가 나면 각설탕을 베어 물었다가 뱉어버리는 식의 표현 같은 거죠. 사소한 대목이지만, 원작 의도에 가까워지는 방법이에요. 희곡 연구는 당연하고요. 배우들과 충분히 대화하며 작품을 만들어가요. 한 번 들으면 금세 흡수하는 배우들 덕에 완성도가 쑥 올라갔어요.”

소극장 무대가 대부분인 민간 극단에서 고전극 제작은 쉽지 않다. 작은 무대에 따른 공간 연출의 한계, 일인다역으로도 해결 안 되는 인력 문제, 희곡 연구와 각색의 어려움 등 도전은 만만찮다.

최 대표는 “힘들지만 부산에서도 제대로 된 러시아 연극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갈매기’ 공연 때 사할린 교포 2세 관객분들이 단체 관람 후 ‘체호프 정신을 봤다’며 기립박수를 보내던 순간은 정말이지 감격스러웠다”며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바냐 아저씨’‘갈매기’를 다시 올리고, 이어 2021년까지 ‘벚꽃동산’ ‘세 자매’를 제작해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을 완성하려 한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부산 출생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셰프킨 고등연기대학교와 러시아종합예술대학원에서 연출로 석사를, 연극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