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처벌 규정 강화됐지만
- 일 터지면 대책마련 급급
- 공교육서 자녀 양육 가르쳐야
- 주변인의 신고 의식도 중요

친부와 계모의 학대를 받다 최근 숨진 채 발견된 고준희(5) 양. 경찰 조사에서 30대 친부와 내연녀는 서로 “상대방이 자주 준희를 때렸다”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고, 시신에서는 갈비뼈 2개 이상의 골절이 발견됐다. 2016년 ‘원영이 사건’에 이어 준희 양 사건이 터진 후 정부가 내놓는 아동학대 예방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아동학대 재발률은 높아지고 있다.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문선화 명예교수는 “현행법상 아동학대 행위자에 한해 제공되는 부모 교육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부산시의회에서 마련한 아동학대예방 토론회(‘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에서 주제발표를 한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문선화 명예교수는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사후 대책보다 부모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 교수가 맡고 있는 크는나무아동상담소(동래구 온천장)에서 그를 다시 만나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효과적인 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 교수는 먼저 오늘날 아동과 관련된 사회현상으로 ‘아동인구의 급감과 가정해체’를 꼽았다. “만 14세 미만 아동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이 2010년 68.4명에서 2040년에는 288.6명으로 늘었어요. 인구분포의 역피라미드 현상은 아동에게 투자해야 할 사회비용 급감을 가져와 아동 양육에 필요한 대부분의 돈을 부모가 부담하면서 출산 기피로 이어집니다. 여기다 이혼에 따른 가족해체, 1인가구 등 가족구조가 변하면서 성장과정에서 동일시나 모방 대상이 없는 아동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요. 많은 가해 부모가 자신들의 부모로부터 본을 받지 못했기에 어린 시절 피해자였다가 어른이 된 후 다시 가해자가 되고 있어요.”

이어 그는 “지난 50년간 아동복지에 대한 정부 정책 등을 보면 건강한 아동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전이나 이 나라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비전이 제시된 적이 없다. 단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아동학대 사고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임시적이고 사후 대책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내놓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동복지법의 개정으로 처벌 규정은 계속 강화돼 왔다.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문 교수는 강조한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행위자에 한해 제공되는 부모 교육을 확대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은 만 13세가 되면 학교에서부터 아이 돌보기 등 부모 역할을 가르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각 주·도시에 위치한 아동학대 공공기관인 ‘아동보호국(CPS·Child Protective Services)’에서 베이비시트 아르바이트를 하죠. 아이들 스스로 어릴 때부터 부모 역할을 배웠기에 부모가 된 뒤 양육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겁니다.”

문 교수는 다시 “1970년대 미국은 미혼모가 너무 많아서 곧 망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학교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공교육 과정에서 자녀 양육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인의 신고 의식도 제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애들만 두고 부모가 외출해도 이웃이 CPS에 신고를 해요. 우리도 주변인의 신고 의무가 있지만 잘 안 됩니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잖아요. 학대나 방임을 겪지 않고 책임 있는 성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내 아이’라는 심정으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문 교수는 1977년부터 33년간 부산대에서 재직했고, 선민사회복지회 대표이사,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 사례판정 위원장 등을 맡았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