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서 경영학 전공 공무원
- 中 복원 견학 길 동행 계기
- 10년 넘게 담당자로 일해
- 자연으로 돌아가는 따오기
- “귀한 자식 떠나보내는 심정
- 환경복원 노력 상징적 의미”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결혼시켜 품에서 떠나보내는 심정이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10년째 따오기 복원에 매달리고 있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따오기 담당 이성봉 씨가 따오기 자연 방사를 앞두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복원에 성공한 따오기(천연기념물 제198호)의 자연 방사를 앞둔 경남 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따오기 담당 이성봉(50) 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창녕군은 2007년부터 따오기 복원을 시작, 올해 복원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자연 방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씨는 “AI(조류인플루엔자) 등 돌발변수가 많아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야생 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25마리 중 20마리 정도를 오는 4월 초 우포늪으로 방사할 계획”이라며 “10년 넘게 추진해 온 복원사업의 정점이면서도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9년 판문점 비무장지대에서 관측된 이후 사라진 따오기가 다시 창공을 날게 되기까지는 10년 넘게 따오기 곁을 지키고 있는 이 씨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언제부턴가 ‘따오기 담당’이라는 직함보다는 ‘따오기 아빠’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지자체에서 따오기를 복원하는 것도 처음이고, 성공사례는 중국과 일본밖에 없었으니 눈앞이 캄캄했다”는 그는 2007년 따오기 업무를 맡을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다. 2006년 군청 환경업무를 맡았던 그는 중국의 따오기 복원 견학 길에 동행한 것을 계기로 다음 해 따오기 복원 담당으로 발령났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따오기만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된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에게 생명을 복원하는 업무는 쉽지 않았다. 온종일 따오기 상태를 점검하고 퇴근하면 중국·일본어로 된 문헌을 찾아 밤샘 공부를 해야만 했다. 이 중 따오기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가장 큰 숙제였다.

“한 번은 따오기 암컷이 이유 없이 먹지 않고 한 곳에 그대로 서 있는 ‘얼음’ 자세를 계속하고 있어 중국과 일본에 자문하니 폐사할 확률이 90%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자신도 한 달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간호에 매달려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게 했다. 이 씨의 지극 정성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따오기 부부는 2009년 4월 3개의 알을 낳았고, 유정란 2개 중 1개가 인공부화에 성공해 전국에 큰 기쁨을 안겼다.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39년 만의 한국산 따오기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당시의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여서 나도 모르게 만세삼창을 했다”고 회상했다. 통상 생물 종 복원에는 2쌍 내지 그보다 많은 쌍을 갖고 시작하지만 창녕군은 1쌍만으로 시작해 현재 313마리로 늘렸다. 따오기 복원에 앞선 중국과 일본도 이 정도의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따오기 아빠’로서 그가 헌신한 것이 알려지면서 크고 작은 수상의 영예도 잇따랐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 공정사회발전대상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4 대한민국 공정사회발전대상’ 시상식에서 지자체 공무원 중 유일하게 ‘지방공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제1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환경상을 받았다. 이 상은 한중일 3국의 환경 협력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15회부터 상을 주기 시작했는데, 중간관리자 이하 직급이 수상한 것은 이 씨가 처음이다.

따오기 복원사업과 관련해 사회가 마냥 칭찬만 하는 건 아니다. 예산 낭비, 전시 행정 등의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조금 서운한 면도 있지만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은 우리 세대에서 소비하고 버려야 될 것이 아닌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기에 따오기 복원은 산업화로 파괴된 환경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세계적인 습지인 우포늪과 연계해 창녕군을 세계적인 환경탐방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따오기 자연 방사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