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장총 30년 담긴 책 발간
- 부산서 한마음교류대회 출발
- 장애인 택시기사 취업 돕고
- 장애인종합회관 확보 이뤄
- 부산시인협회 이사장도 겸직

1987년 12월 12일 전국의 시각 청각 지체장애인 등 50여 개 단체 5000여 명이 부산 구덕체육관에 모여 전국 처음으로 장애인복지대회를 개최했다. ‘장애인의 권익은 스스로 찾자’는 슬로건을 내건 이들은 이날 부산장애인총연합회(이하 부산장총)를 출범했다.

지난해 연말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치른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은 “다음 세대 장애인들은 지금보다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현재 20개 단체, 16만8950여 명의 회원을 가진 부산장총의 태동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치른 조창용(65) 회장을 최근 부산장애인종합회관(동구 초량동)에서 만났다. 2007년부터 부산장총을 이끌고 있는 그는 장애인 권익 운동의 산증인이다.

조 회장은 이번에 발간한 부산장총 30년사 책자를 펼쳐 보이며 “가슴 벅차다. 최근 한 달 동안 축하인사를 받으니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80년대 초반까지 교통법에 ‘장애인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고 돼 있다가 1983년 1월부터 2종 면허 취득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2종으로는 택시 운전을 할 수 없어 당시 부산에서 150여 명이 자가용 불법 영업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렸다. 장애인도 1종 면허를 딸 수 있게 해 달라며 거의 10년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새벽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포진한 경찰 포위망을 뚫고 007작전을 수행하듯 서울로 가 싸운 끝에 1994년부터 1종 면허 취득이 가능해졌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못 하게 막는 제도를 없애기까지 너무 큰 고통이 따랐다”고 회상했다.

수십년 전 일이지만 울컥한 조 회장은 “당시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가 장애인들의 농성이 잦아지자 ‘부산의 조창용만 서울로 못 오게 해라’고 할 정도로 가열차게 싸웠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부산에서는 250여 명의 장애인이 택시기사로 취업해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또 국내 장애인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의 ‘한마음교류대회’의 출발점이 부산이라고 소개했다. “부산장총이 1987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창립되고, 광주장총이 2년 뒤 생기면서 1994년 ‘제1회 부산·광주 장애인연합회 결연 및 교류간담회’를 해운대 글로리아 콘도에서 열었습니다. 그 후 경북 광주 대전 등 7개 지역이 참가하는 행사가 1997년 송도비치관광호텔에서 열렸는데, 이때부터 쓴 ‘한마음교류대회’라는 명칭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산장총의 숙원사업인 장애인종합회관 확보도 30년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조 회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후보의 공약집에 장애인종합회관 건립에 대한 약속을 문서화해 우여곡절 끝에 5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후 2013년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부산 수영구 출신인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부산시인협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고등학교 체육시간 때 주로 책 읽고 시를 썼다. 1975년 지방 사립대의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갔는데 1년 만에 그만뒀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강의실을 오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의 수영탈 제작 인간문화재셨다. 제가 이어받아야 하는데 장애로 못하게 되니 어른들 뵐 낯이 없더라. 그래서 조상님 신위(神位)는 제대로 써야겠다 싶어 1999년 등단했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업보가 많아서 불편하게 사는구나 싶었다는 조 회장은 지금은 정말 좋지 않은 나라에 태어났음을 실감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40년 동안 열심히 살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의 권익과 편의시설 개선을 위해 할 일이 많다. 다음 세대 장애인들은 지금보다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