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자들 뭉쳐 1년 전 창단
- 양악기·가요와 접목하는 등
- 내달부터 ‘스페이스 움’서
- 매월 음악회 공연 계획도

“국악 전공자들은 뛰어난 실력을 갖춰도 대학을 졸업하면 사실 갈 곳이 적어요. 무대에 설 기회도 적어 아쉽고요. 그런가 하면 비전공자들에게 국악의 벽은 너무 높고 낯설죠. 관심 있는 이의 접근을 돕고, 더 많은 사람에게 국악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 ‘나빌레라’를 만들었습니다. 전공자·애호가·관객이 ‘나빌레라’를 통해 교류하고 어우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빌레라’ 권은화 대표가 “전문 연주자, 애호가, 관객이 함께 국악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말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국악아카데미 나빌레라 권은화(39) 대표의 말이다. 권 대표는 지난해 3월 부산대학교 한국음악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국악 연주 단체이자 아카데미인 ‘나빌레라’를 창단했다. 거문고를 전공한 권 대표를 중심으로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 소리, 타악을 전공한 10명의 단원이 연주 활동을 하는 공연팀과 전문 강사진 4명, 일반인 회원 48명이 국악 공부를 하는 교육팀으로 이뤄졌으며 함께 국악 대중화를 실천하는 것이 목표다.

창단한 지 1년 남짓한 기간에 크고 작은 연주회를 부지런히 이어왔다. 병원과 아동시설 등에서 재능기부를 이어왔고, 작은 콘서트홀에서 소규모 음악회도 열었다.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는다. 연주 기회 마련을 위해 권 대표는 먼저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1월엔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제1회 나빌레라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 교육생들이 그동안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였고, ‘도드리’ ‘천년만세’ ‘판소리 춘향가’ 등 익숙한 국악곡이 연주됐다. 권 대표는 “국악을 낯설어하던 회원분들도 공연을 하면 친숙해지고 자신감을 얻더라. 단순히 배우고 연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무대도 겪고 관객과 소통하는 경험도 하며 국악의 즐거움과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빌레라’의 장기 목표는 국악을 주제로 ‘열린 판’을 꾸리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지만 기회 자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쉽지 않은 활동을 이어가는 후배들이 즐겁게 음악을 하고, 대중이 전통 가락을 가요만큼 익숙하게 불러보길 바란다. “양악기와 국악기를 접목해 보고, 가요를 국악 버전으로 바꿔 연주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피아노와 피리 연주로 ‘한오백년’을 연주하는데, 어르신 관객분들이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음악에는 사람의 감정을 매만지고 치유하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올해는 더욱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단체를 운영하고 연주회를 기획하면서 그간 여행을 가려고 모아뒀던 자금을 모두 투자했다는 권 대표는 “여행은 못 가게 됐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니 보람이 크다”고 웃었다. 이어 “지금으로선 쉽지 않지만 연주자들에게 넉넉한 연주료를 지급할 때까지 즐겁게 해나가고 싶다. 오는 4월부터 매월 문화공간 스페이스 움에서 ‘사랑방음악회’를 열어 꾸준히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연주자로 살아왔지만, 연주단체 기획자 일은 오래전부터 계획했고 잘 해내고 싶던 일이죠. ‘나빌레라’라는 이름도 대학교 1학년 때 지어놓았죠. 어감도 예쁘고, 나비처럼 날아올랐으면 했습니다. 지치지 않고 활동해서 국악은 물론 여러 장르로 확장해 가고 싶어요. 누구나 전통 음악을 쉽게 듣고 즐길 수 있도록 들려드리며 친숙한 단체로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권 대표는 부산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했다. 처용국악관현악단, 효원국악관현악단 등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