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일하다 건축물 공부
- ‘뚜벅뚜벅 부산건축’ 해설맡아
- “원도심,센텀시티 상반 흥미
- 임시수도기념관 반응 좋아
- 오래된 건축물 시대상 반영”

부산국제건축문화제는 지난 주말부터 ‘뚜벅뚜벅 부산건축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투어와 차이점은 부산 건축물에 대해 궁금한 점을 알려주는 건축문화해설사와 동행한다는 점이다. 건축문화해설사 제도는 2014년에 만들어져 그해에 17명, 2016년에 17명이 선발돼 교육을 받아 현재 총 34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부산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그곳에 깃든 역사를 부산시민과 다른 지역 관광객에게 친절하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부산건축문화해설사회 김승회 회장은 “다양한 표정을 지닌 부산 건축물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서정빈 기자

2014년 만들어졌을 때 회원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회장도 선출했다. 김승회(60) 부산건축문화해설사회 회장은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은행에서 34년간 근무하다 퇴직 후 평소 관심 있었던 건축에 관해 배우고자 대학원에 들어갔다.

“부산대 도시계획과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됐고 마침 대학원을 마쳤을 때 해설사 제도가 생겨서 지원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면서 부동산이나 건물 감정 분야에 발을 들이게 돼 건축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셈이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건축 투어를 문화벨트, 원도심, 센텀시티로 나눠서 진행한다. 날이 풀리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거라 주말의 부산 건축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인 원도심, 문화벨트 쪽을 보고 현대건축의 전시장 같은 센텀시티로 들어서면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있다. 그리고 한 도시 안에 이렇게 다른 표정의 건축물이 공존한다는 것도 아주 흥미롭다”며 부산이 건축 투어를 하기에 매력이 충분한 도시란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해설사들은 건축 투어를 맡아 진행하는 것 외에도 회원끼리 답사가거나 모여 공부하면서 더욱 상세하고 수준 높은 해설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과 방문한 곳 중 인상 깊었던 곳으로 전북 군산을 꼽으며 “마치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옛 건물들을 잘 보존하면 그 자체로도 관광 자원이나 도시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 가운데 절반은 부산 분이고 나머지는 타지 사람이다. 부산의 오래된 건축물을 보고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지, 이 건축물이 부산에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방문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은 공간이 있냐고 묻자 “석당박물관이나 그 옆의 임시수도기념관을 방문해 설명하면 부산에서 오래 산 분들이라도 전혀 몰랐다며 놀라거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아픈 역사라도 기록으로 남겨 상세히 알아보고 보존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건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단지 낡거나 허름한 건축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보존과 개발의 선택의 기로에 왔을 때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14년부터 투어를 진행하고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신청하냐고 묻는 분이 많다.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부산국제건축문화제 홈페이지(www.biacf.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는 점을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