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 같다’지만 아이가 책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책장에 좋은 책을 채우고 거실을 서재로 꾸며도 독서 습관은 잘 붙질 않는다. 공교육이 정규과정에 온책읽기, 독서토론 수업을 만들고 ‘독서교육’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다. 최근 부산의 교육 현장에서는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가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일명 ‘사람 도서관’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종이책 대신 ‘사람 책’이 나서 독자와 소통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덴마크에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람 간 간격을 좁히기 위해 처음으로 고안됐다.

지난 2년 동안 사상구 구학초등학교에서 리빙 라이브러리를 운영한 남효진(사진) 교사는 “리빙 라이브러리는 삶 속에 녹아 있는 독서활동이다. 문자로 된 종이책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책의 감동이 융합됐을 때 진정한 독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공모사업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이야기 시장’. 아이들이 직접 사람 책이 돼 자신의 이야기로 독자가 된 친구를 만나는 리빙 라이브러리였다.

“한 아이가 ‘야구관람 잘하는 법’이라는 사람 책으로 참여했어요. 야구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 볼 정도로 삼성 라이온스의 ‘광팬’이지만,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라 친구들은 잘 몰랐죠. 이야기시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이야기를 풀어놨는데, 반 아이들이 “지금까지 그 친구랑 가장 많이 대화해본 것 같아요” “야구규칙도 잘 알고, 이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어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내더군요. 사실 그 아이는 수업 참여도가 낮아 교사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는데, 활동이 끝나고 해맑게 웃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라요.”

이외에도 맨발동무도서관, 대형 서점, 시민공원 북카페, 보수동 책방 골목 등을 찾아가거나 아이들이 직접 고른 책을 서로 바꿔 읽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남 교사는 “그동안 국내 리빙 라이브러리 대부분이 사진작가나 금융전문가 등 전문직 진로교육 형태를 띠어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며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식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독서교육에 대한 남 교사의 열정은 리빙 라이브러리와 같은 적극적인 공모 참여뿐 아니라 교사독서연구회, 부산행복독서지원단 활동 경력에서도 드러난다. 부산교육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도 2015년 다시 동아대 교육대학원 독서교육학과 석사과정을 밟기도 했다. 지금은 같은 대학 문예창작과 독서교육전공 박사 과정 중이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2010, 2012, 2016년 교육장 표창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2017년도 독서교육분야 교육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이 정말 많은데 내가 받게 돼 부끄럽다”며 “독서교육을 더 깊게 고민하라는 뜻으로 알고,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독서운동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독서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을 물어봤다. “아이들의 발은 뜨겁습니다. 발로 뛰면서 보고 듣고 느껴야 하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책 읽기만을 강요할 수 없는 거죠.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삶 속에 자리 잡도록 안내하는 것이 독서교육을 하는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