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등 젠더 이슈 담당
- 여성영화인모임 등 1년 준비
- 영화계 성범죄 접수 및 지원
- 문체부·언론 등 관심 절실
- 여성·소외계층영화 계속 제작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으로 성폭력에 대한 혁신적인 의식 변화와 제도 마련이 절실한 가운데, 문화예술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영화산업 내 성폭력(성희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상설기구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이 지난 1일 개소했다.

한국영화산업 내 성폭력(성희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상설기구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심재명 공동 센터장이 센터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원하는 든든의 공동 센터장으로 여성영화인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나섰다.

심 센터장은 “든든은 최근 미투운동으로 갑자기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다. 2016년 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젠더 이슈들이 발화했고, 이를 담당할 기구의 필요성을 느껴 여성영화인모임과 영진위가 1년간의 준비기간을 가지고 설립했다”고 든든의 설립 과정을 밝혔다.

든든은 영화계 성범죄 사건 관련 신고 접수와 피해자 상담 및 지원을 하며, 제작현장의 성폭력 예방 교육 및 교육 강사 양성, 성폭력 가이드라인 제정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2일 여성영화인모임과 영진위가 공동 주관한 ‘영화계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남녀 영화인 754명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 경험이 있는 여성영화인이 61.5%에 달했다. 직군별로는 배우(61%), 작가(65.4%)군, 시기별로는 영화계에 입문 단계의 새내기 영화인(31%)의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 센터장은 “영화계의 뿌리 깊은 권위의식과 권력의 상하관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생존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계에 입문한 신인들의 상황을 권력자가 악용해 벌어지는 악질적인 성폭력 형태라고 생각한다”며 “영화계 특수성을 이해하는 가운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든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든든 개소 이후 지난 14일까지 총 7건의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접수됐다. 심 센터장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법률적 지원이 필요한 것은 자문위원 중 변호사분이 지원하고, 사안에 따라 여성 영화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9인 운영위원회에서 대처 방안 회의를 가질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자리 상실이나 영화계 왕따) 부분은 영화계 단체들과 연대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해 든든이 여성 영화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그리고 이 같은 든든의 모든 사업을 위해서는 영진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의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조용한 가족’ ‘와이키키 브라더스’ ‘바람난 가족’ ‘우리 생애 최고의 해’ ‘마을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카트’ ‘아이 캔 스피크’ 등 한국 영화사에 있어 중요한 방점을 찍은 영화들을 제작해온 심 센터장은 본업인 영화제작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개봉 4월)과 이환 감독의 ‘박화영’이 관객과 만나며, 지체장애 1급인 남자와 정신장애 1급인 남자가 만나 펼치는 휴먼 드라마 ‘나의 1급 형제’(가제)의 크랭크인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3D 애니메이션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큰 규모의 재난영화와 시대극을 개발 중이다.

명필름이 제작한 필모그래피에서 알 수 있듯 상업영화는 물론, 여성 시각의 영화와 소외계층을 다룬 영화가 많다.

“영화를 만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여성주의적 시각이 중요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심 센터장. 영화계에 성평등 환경을 뿌리내리고, 여성 및 소외계층을 다룬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심 센터장을 비롯한 여성영화인들에 대한 우리 관객들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