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로 업계 급성장에도
- 화학공장 선입견 때문에
- 공장 못 짓고 수도권 OEM
- 지역업체 목소리 내기 위해
- 지난해 11월 협회 창립

“부산 화장품 업체들이 지역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부산화장품기업협회 문외숙 회장은 “부산지역 화장품 업계를 위해 공동 공장과 집적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15일 부산 북구 부산이노비즈센터에서 만난 ㈔부산화장품기업협회 문외숙(56) 회장이 지역 화장품 업계를 대표해 이야기를 꺼냈다. 문 회장은 지난해 11월 지역 화장품 업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역 업체 50개사를 모아 부산화장품기업협회를 창립했다. 부산지역에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가 300개사가량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업체의 화장품 브랜드 제품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 내 화장품을 생산할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돌아가야 할 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 화장품 업체는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 동남아지역 등지에서 K-뷰티 열풍에 따라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문 회장은 “공장을 지으려고 알아보니 지역 산업단지 중 들어갈 곳이 없었다. 화장품이 화학제품이란 인식 탓에 주민 반대가 컸다. 요즘 화장품에는 화학제품이 거의 안 들어가는데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8년 헤어·두피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에코마인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문 회장이 사업을 한 지 5년 차가 됐을 때 제조 인프라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부산 내 가능한 곳이 없었다. 해외 바이어들은 소량의 다품종을 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이 꼭 필요했다. 기존 OEM 방식으로 소량의 다품종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OEM 방식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최소 1만 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필요 수량보다 많았다.

문 회장은 “여러 가지 제품을 다양하게 수입하고 싶어 하는 바이어들과 비즈니스를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공장을 만들려고 해도 부산에는 화장품 집적지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업을 하면서 화장품 업계의 애로 사항을 부산시에 꾸준히 전달했다. 그 결실로 지난해 부산 기장군 한 산업단지에 화장품 집적지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인근 단체, 주민 등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문 회장은 지역 업계가 힘을 모아야 다시 화장품 단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협회를 창립했다. 그는 단순히 화장품 업계의 지원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화장품과 다른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문 회장은 “기장군 내 화장품 산업단지와 더불어 기장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 인근 아울렛 매장의 쇼핑,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의료, 세계적 호텔 업체의 숙박 등을 묶은 ‘화장품 뷰티 클러스터’를 만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1~3년 차 화장품 업체들이 제품을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공동 OEM 공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장군 내 안 쓰는 식품공장을 활용해 여러 화장품 업체가 이용할 수 있는 OEM 공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 회장은 “초기 화장품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지역 일자리를 늘리는 등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시나 주민들이 조금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이 고향인 문 회장은 창업 전 16년간 부산 서면에서 피부미용·두피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숍을 운영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