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안전교육이 도움
- 관심 갖고 주위 둘러보길”

전자메일과 문자메시지로는 담을 수 없는 손편지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집배원이 목숨이 위태로운 어르신을 응급 처치로 구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사상우체국 정준철 집배원이 길에 쓰러진 70대 노인을 심폐소생술로 구해 ‘2017년도 집배원 연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부산지방우정청 제공

지난해 3월 부산사상우체국 정준철(47) 집배원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여러 사연을 담은 우편을 배달하고 있었다. 봄이라기엔 여전히 쌀쌀한 날씨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이날 우편을 받아야 할 고객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70대 노인을 발견한 것은 정오께였다. 동서대와 삼선병원 사이 한 미용실을 지날 때 부자연스럽게 앉아있는 노인을 봤다. 위급한 상황을 직감한 정 집배원은 노인에게 달려갔고, 숨을 쉬지 못하는 어르신의 목을 뒤로 젖혀 기도를 먼저 확보했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지나가는 대학생에게는 119 연락을 부탁했다. 당황한 대학생이 어쩔 줄 몰라 하자 전화를 바꿔 받아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는 침착함도 보였다.

“신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19구급대가 도착해 어르신을 모셔갔어요. 우체국안전교육에서 착실히 배운 심폐소생술이 위급한 순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도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계시는데, 일하다 나이 많은 어르신께서 장보따리 들고 가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무거운 짐을 집 앞까지 가져다드리거나 길에서 어려움에 처한 분을 돕는 것은 우리 집배원 모두가 하는 일상적인 일이에요.”

우정사업본부는 정 집배원의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전국 1만6000여 집배원 중 최고의 집배원을 뽑는 ‘2017년도 집배원 연도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여했다. 집배원 연도대상은 본연의 업무인 우편배달 업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꾸준한 봉사활동과 고객감동 실현에 기여한 집배원을 선발하는 상이다.

우체국 관계자는 “정 집배원은 2006년 집배원 생활을 시작해 현재까지 12년간 행복배달을 위해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평소 따뜻한 배려로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을 꾸준히 보살펴 드리고 우체국 365봉사단 봉사단 일원으로 지속적인 선행을 베풀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사랑을 실천하는 집배원으로 주변 동료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집배원은 “먼저 전국 각지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집배원께 감사인사를 드린다”며 “작은 손길, 작은 관심이 모여 큰 희망이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7년도 집배원 연도대상에는 대상 정준철 집배원을 비롯해 금상에 김현군(서광주)·이강호(인천) 집배원이, 은상에 강기식(동천안)·권순대(달성)·이영일(서울중앙), 동상에 장준(남부산)·이태흥(서귀포)·이치봉(남양주)·심국현(익산) 등 총 10명의 집배원이 선정됐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부터 매월 각 지역의 행복배달 집배원을 ‘집배達人’으로 선정해 인증서를 수여할 예정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