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명 입양한 싱글맘으로서
- 입양정보청구권 조항 추가는
- 입양 할 수 없게 만드는 법
- 공적기관 입양절차 담당도
- 관리감독 한해서 이루어져야

새해가 되자마자 청와대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군 안건이 있다. 입양가족 비상가족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국내 대표입양기관 등이 진행한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은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1만1683명이 참여했다.

김미애 한올 대표 변호사는 “입양가족과 입양아동 중심의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개정안이 무슨 내용을 담았기에 입양가족들이 비대위까지 만들어 반대하는 걸까. 비대위에 법률적 자문을 하며 힘을 보태고 있는 김미애 법무법인 한올(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대표 변호사를 만났다. 스스로 아이 2명을 입양한 싱글맘이면서 아동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변호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은 입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개정안 발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친생 부모와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도저히 그럴 수 없을 때는 국내 입양을 통해 건강한 가정 속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해야 하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엄격한 절차를 거친 해외 입양을 통해서라도 가정에서 잘 자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시설은 가장 마지막 단계죠. 개정안은 입양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변호사답게 그는 개정안을 하나하나 반박해 나갔다. 김 변호사는 “최근 수년 새 입양아동 수가 감소(보건복지통계연보의 국내 전체 입양아동 수, 2012년 1125명→2016년 546명)하는 반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의 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왜 그런 줄 아느냐. 2011년 개정된 입양특례법 영향으로 입양 전 친부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하게 하면서 신원노출을 우려한 미혼모 일부가 아기를 유기하기 때문이다. 거기까지는 받아들이겠다. 개정안에 적시된 입양정보청구권 조항은 어이가 없다. 개정안대로라면 입양인의 형제자매와 친생 부모, 거기에 3촌 이내 친척 중 누구라도 입양가족의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도록 했다. 입양가족의 반대가 거세 해외입양에 한한다는 조항이 추가된 상태지만 비밀입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평생 친부모인 줄 알고 지낸 입양 아동에게 난데없이 생전 처음 본 이모, 고모가 나타난다? 친권을 포기한 친생 부모와 혈족들이 언제든 입양가정의 정보를 들여다보게 한다는 데 누가 입양을 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민간 기관이 맡고 있던 입양 절차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기관으로 넘기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현행법으로도 입양을 하려면 재산 등 여러 요건을 갖춘 뒤 숙려기간을 거쳐 가정법원으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고 있어요. 앞으로는 미혼모가 지자체로 찾아가 여러 업무 중 하나로 이 일을 맡은 공무원에게 입양을 요청해야 해요. 숙려기간도 대폭 늘며, 입양심사위원회가 입양부모·친생부모를 다 심의하게 되죠. 안 그래도 불안하고 막막한 미혼모가 구청에 가서 비전문가와 상담하려 할까요? 아이의 인권은 어떻고요. 하루라도 빨리 입양부모의 품에서 안정을 되찾아야 할 아이가 까다로운 입양 단계를 거치는 수개월 동안 친생 부모의 불안함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공적기관은 관리감독을 잘 하면 돼요.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하면 잘 될 것이라는 건 착각입니다.”

생후 80일에 입양한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는 김 변호사는 입양가정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마냥 절차를 만드는 것이 결국은 입양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를 비롯한 입양가족에게 입양 자녀는 100% 친자식과 다를 게 없는 내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가정에서 보호받고 양육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입양가족과 입양아동이 중심이 된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동아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이 안건과 관련해 오는 5월 25일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리는 한국아동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입양의 미래를 전망한다’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에 참석할 예정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