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준공영제·교복공동구매
- 주도적으로 참여 결실 맺어
- 문제제기에 그치기 보다는
- 대안 제시하는 조직 되겠다

부산 YMCA 12대 사무총장에 오른 오문범(50) 총장은 지역 시민사회운동에 깊은 영향력을 드리웠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1997년 20대 후반에 부산 YMCA에 입사한 오 총장은 이후 IMF 위기 때 시민중계실장을 맡아 소비자 운동을 벌였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교복공동구매운동은 교복사 사이의 카르텔을 깬 것으로 평가받았고, 버스준공영제 등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참여해 대중교통·보행자 중심 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부산 YMCA 총괄부장, 기획조정실장, 반송종합사회복지관장, 사무부총장 등 조직 내외의 요직을 거쳐 부산 YMCA 73년 역사상 두 번째로 외부 인사가 아닌 조직 내부 출신이 사무총장 자리에 앉았다.

오문범 신임 사무총장은 “YMCA 같은 시민단체도 내부소통강화와 자기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성직자란 이유로 공경을 받기보다는, 겸손함을 지키면서 시민사회에도 이바지하고 싶어 교회를 나섰습니다.” 신학을 전공한 뒤 전도사로서 성직자의 삶을 시작했던 그가 교회 밖 시민사회로 걸어 나온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기독교적 정체성을 연결고리로 부산 YMCA에 입사했다. 그가 실장을 지낸 시민중계실은 소비자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업무를 맡은 곳이었다. 오 총장은 “1980년대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동법 강의를 하던 곳이다. IMF 사태가 터지면서 양산된 수많은 실업자가 시민중계실로 몰렸다. 고속 경제성장 속에 등한시된 노동법과 노조의 역할을 되짚고,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실업자들을 보듬는 게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20만 원 교복을 10만 원으로’. 2000년대 초 전국적으로 불거진 교복공동구매운동 열풍 당시에도 부산에선 YMCA가 앞장섰다. 오 총장은 “학교는 소극적이었지만, 학부모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하면서 실제로 ‘반값 교복’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외에도 부산 YMCA가 학교공동체 회복을 위한 아름다운 학교만들기 운동, 낙천낙선 유권자 운동, 신용카드 대란 대응 등 교육·정치·경제 관련 활동을 벌일 때 오 총장은 늘 선두에 섰다. “나의 30대는 YMCA에 바쳤다”고 그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오 총장은 2005년 부산시가 버스 준공영제를 계획하던 때부터 정책 디자인에 참여했다. 시행 10년이 지나 일부 새 단장이 필요해졌지만, 버스 준공영제가 불러온 변화에 오 총장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대중교통이 시 교통정책의 핵심이 되고, 보행자 중심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육교가 사라졌다. 시가 노선권을 행사하니 비교적 수익성이 낮아도 시민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버스가 다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정류장마다 횡단보도가 생기면 도로 흐름과 보행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부산 YMCA 노조 설립에 열을 올렸던 그는 총장이 된 지금도 내부 소통 문제를 풀어야 할 숙제로 여긴다. 오 총장은 “YMCA 같은 시민단체에도 내부 소통 강화와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시민단체가 앞장서 이런 현상을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융·복합적 의제와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단체가 돼야 한다는 게 오 총장의 포부다. 그가 구상하는 YMCA 아카데미나 다행복지구 사업도 시민운동 의제 설정, 복합적인 인재 양성을 지향한다. 오 총장은 “특정 분야에 매몰돼 문제 제기에만 그치는 시민사회 운동의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의 부산 YMCA에는 전혀 다른 생각과 관심사를 지닌 직원 132명이 모여 있다. 이들이 각자의 기획을 풀어내고 시민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현장과 분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