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로
- 극동지역 개발프로젝트 탄력
- 부산~유럽 한 달 만에 오가는
- 부산항발 물류루트 구축 기대
- 신항·김해공항 연계성 높여야

“4·27 남북 정상회담으로 신북방 물류의 시대가 활짝 열리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그 중심에서 활약하게 될 겁니다.”

진양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경제자유구역청이 동북아시아 국제물류 전초기지의 역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양현(56)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마침 지난 3월 5일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투자업무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주력사업인 ‘극동 프로젝트’에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러시아 극동개발공사는 러시아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연해주 등 극동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과 비슷한 개념의 ‘선도개발구역’ 또는 ‘자유항’ 경제특구를 운영·관리한다. 이곳과의 투자협력을 통해 북방 물류 활성화를 기대한 시점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경제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극동 프로젝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진 청장은 “정부의 신북방 정책과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한·러 파트너십의 연계 선상에서 투자협력을 시도했는데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반겼다.

무엇보다 극동지역은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 유럽을 잇는 신물류루트의 요충지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기·종점이어서, 앞으로 부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남북 철길이 열리면 부산항 신항의 화물이 육로를 통해 유럽까지 운송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에서 동해북부선을 연결할 예정이라고 밝힘에 따라 부산항을 출발점으로 한 대륙 물류의 가능성이 커졌다.

해상 운송 면에서도 중요하다. 진 청장은 “북극항로를 개척할 경우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극동지역을 거쳐 유럽 로테르담까지가 약 1만5000㎞에 불과해 현재 항로(2만2000㎞)보다 운항거리가 훨씬 단축되고, 운항 일수도 현행 40일에서 30일로 줄어든다”며 “물류수송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극동지역과의 협력은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머지않은 미래에 부산항 신항에서 출발해 북한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를 횡단하고, 독일 함부르크까지 연결되는 물류루트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다. ‘동북아시아 국제물류 전초기지’의 역할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역점사업인 항만과 공항, 철도 중심의 ‘트라이포트(Tri Port)’ 구축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06년 개항해 북컨테이너와 남컨테이너 23선석(컨테이너 21선석, 일반 2선석)을 운영 중인 신항은 지난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2000만 TEU 시대’를 견인했다. 2026년 확장, 개항할 김해신공항은 연간 여객 3800만 명 규모로 건립된다. 남북 철길이 끊어져 현재 내륙수송 정도의 역할만 하는 신항 철도는 동해선이 연결되면 대륙철도물류의 기·종점이 된다. 다만 항공물류 부문이 약해 항만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과제로 지적했다. 진 청장은 “김해신공항을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도록 확장하고 공항 배후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해 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편입함으로써 부산항 신항과 김해공항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진 청장은 1986년 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예산실 행정예산국장, 방위사업청 차장 등을 거쳐 2016년 2월 제6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에 취임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