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사무소 ‘애중’대표변호사

- “기업지배구조 개선 핵심인
- 감사인 역할 제고·위상 강화
- 새 정부서 정책 과제 삼아
- 투명성 높이는 계기 돼야 ”

“총수 일가의 ‘맹목적 세습경영’은 필연적으로 기업 리스크를 초래합니다. 내부 감사인은 이러한 경영 행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죠.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왕적 경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한진그룹 사태죠.”

권영상 한국감사협회장은 “새 정부 들어 지난 1년간 주요 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한국감사협회 권영상(63) 회장의 ‘주 무대’는 법조계다. 경남지방변호사회 감사와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지금은 법률사무소 ‘애중’(부산 강서구 소재)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 그가 한국거래소(KRX) 상임감사위원으로 재직하던 2016년 5월 한국감사협회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건전한 기업 활동 정착을 위해 감사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었다. 이 협회는 내부 감사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업의 윤리경영 등을 실현하기 위해 1977년 창립된 감사원 산하 사단법인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권 회장은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그룹이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현황과 감사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과거에는 창업주나 그 가족이 순환출자 고리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사적 이익과 특혜를 누리는 폐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가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갖고 기업들에 자발적인 개선을 촉구한 결과 지난 1년간 주요 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기업들이 늦게나마 시대적인 요구와 변화를 인식한 것이죠. (정부와 재계의) 이런 노력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57개 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 고리는 지난해 5월 282개에서 지난달 말 41개로 85% 해소됐다.

하지만 그는 “한 자릿수의 지분율을 갖고 기업 전체를 통제하려는 오너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는 내부 감사인이 ‘감시자’로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시켜야 하는 이유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감사인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총수를 향한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면 제왕적 경영의 폐해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제대로 된 감사 활동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데도 제도적인 여건과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 회장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탈세 의혹과 ‘갑질’ 파문을 예로 들었다. “(조현민 전 전무가 재직했던) 대한항공만 봐도 감사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게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기업인은 ‘거래처와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수평적인 공감대를 갖고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죠. 이런 의식이 결여된 리더라면 경영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기업들은 경영진의 불법과 일탈을 제어하는 장치로, ‘감사 제도’를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권 회장은 기업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내 재벌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며 “환골탈태의 각오로 건강한 경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내부 감사인의 역할 제고와 위상 강화 등을 정책 과제로 삼아달라”고 주문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권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각 민법) 과정을 마쳤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에서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거래소 상임감사위원으로 재직(2014년 8월~2017년 1월)하면서 거래소의 ‘부산화’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