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로타리 해외봉사 때
- 열악한 환경에 후원회 결성
- 학교 개보수·학용품 선물
- 가난 대물림 끊어주려고
- 3개 학교에 영어 수업 지원
- “언젠가 한국어 가르치고파”
경남 통영의 작은 비영리단체인 ‘캄보디아 어린이 후원회’가 캄보디아 오지의 어린이들을 수년째 돕고 있다.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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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통영의 ‘캄보디아 어린이 후원회’ 사무실에서 노영곤 회장이 캄보디아 오지 어린이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후원회 노영곤(59) 회장은 통영의 한 로타리클럽 회원으로 해외봉사활동을 위해 캄보디아를 찾았다가 적잖은 문화 충격에 빠졌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이름난 씨엠립에서 두 시간가량 차로 더 달려야 도착하는 오지 끄롤란마을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 학교를 방문했는데 전기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운 데다 한 달에 15달러 정도의 전기 요금 때문에 전기 시설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필요한 게 뭐냐 ’고 물으니 옷이라고 했다. 학용품도 당연히 부족했다. 이곳에서 전기는 사치인 듯했다.
그때 이 아이들을 보살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래서 후원회를 결성했다. 그의 선행 취지를 잘 아는 친구 7명이 함께 동참했다. 이들과 함께 다시 끄롤란마을의 뜩쭘초등학교를 찾았다. 옷과 학용품 등을 나눠주고 통학 거리가 먼 아이에겐 자전거를 선물했다. 해맑게 웃는 천진한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이게 봉사라는 사실을 이심전심 깨달았다.
두 달에 한 번꼴로 학교를 찾아 우물도 직접 파고 전기도 설치하고 화장실도 지었다. 간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에겐 약을 꾸준히 공급해 많이 호전됐다.
이들의 봉사활동이 소리소문없이 알려지면서 어느 새 후원회 회원은 50명으로 늘어났다. 후원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이들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고 고심에 빠졌다.
학교 구석 한쪽에 도서관을 지었다. 말이 도서관이지 33㎡(10평)도 되지 않는 조그만 오두막 같은 건물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영어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는 ‘크메르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최근 지식층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영어 통용이 확산되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고 못하고에 따라 임금 격차가 너무나 차이 나는 게 현지 사정이다. 시골 오지에선 일자리가 없는 데다 학교 교장의 경우 한 달에 150~200달러의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알면 시내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더라도 월 800~ 900달러를 벌 수 있다. 영어가 능통해 관광가이드를 할 경우 수입이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아이들이 가난을 계속 대물림받는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죠.”
현재 영어 수업은 학교 수업과는 별개로 하루에 1시간씩 가르친다. 현지 수업 내용은 매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후원회에 전달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중학생에게도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못 하는 것을 한국의 한 소도시 후원회가 해주고 있는 것에 대해 현지에서도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선행이 소문나면서 30분 거리의 훈센 스세이퐁초등학교에서도 도움 요청이 왔다. 현재 영어 수업은 3개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3명의 영어교사 급여는 후원회에서 지급하고 있다. 하루 1시간의 수업 대가로 한 달에 80~100달러를 지급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현지 학교로부터 메신저가 들어왔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하니 빨리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올 들어 노 회장은 후원회 회원과 함께 이미 두 차례나 끄롤란마을을 방문했다. 그래도 선한 아이들의 모습이 늘 눈에 아른거린다.
후원회는 통영세무서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다. 회비는 철저히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사용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캄보디아를 오가는 경비는 회원 스스로 갹출한다.
“오지의 어린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건이 된다면 한국어도 가르치고 싶어요.”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끝이 없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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