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 때 코디네이터로 첫 인연
- 20여 년 시간과 함께 성장
- 충성도 높은 관객 등에 감사

- 올해는 31일부터 8일간 개최
- 여성감독 단편DVD 출시도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1997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무럭무럭 성장해 온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올해로 20회(초기에는 격년제로 운영)를 맞는다. 그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여성영화인을 발굴하고 여성영화의 발전을 이끈 SIWFF는 이제 세계적인 여성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며 여성영화 네트워크의 허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여성 중심의 영상 콘텐츠 발굴 기획 제작을 지원하고, 영화로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고 문화 생산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미래 여성 인력을 발굴하며 여성영화 축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이 올해 20회 영화제를 여는 소감과 계획을 말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그리고 그 중심에는 1회 때부터 지금까지 SIWFF와 20여 년의 시간을 함께해 온 김선아 집행위원장(수석 프로그래머 겸임)이 있다. 개막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집행위원장은 “대학원 다닐 때인 1회에 포럼 코디네이터로 SIWFF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포럼 코디네이터, 프로그래머, 수석 프로그래머,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20여 년을 지냈다. 내부에서 계속 올라왔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다”며 웃었다.

20회를 맞이한 소감을 물어보니 “SIWFF는 국내에서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슷한 연륜의 오래된 영화제다. 또한 국내 국제영화제 중에 가장 작지만 내적 발전은 가장 많이 됐다고 본다. 스스로 격려해주고 싶은 영화제고, 영원히 늙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제 중 SIWFF는 관객 충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영화 관객으로 오셨다가 자원봉사자를 하는 분이 많았다. 그분들이 20회를 만들어주신 분들이다”라며 지금까지 SIWFF를 찾아준 관객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8일간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리는 제20회 SIWFF는 어떤 모습일까? 김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제2의 도약기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잘 버텼다’에서 한 단계 앞선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올해에는 총 36개국 148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지난해보다 40편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기간, 상영관도 늘었다. 국제 콘퍼런스도 두 개로 많아졌고, 보다 많은 행사가 진행된다”며 규모적으로 보나 질적으로나 한층 성장하고 알차진 SIWFF를 자랑했다.

영화제를 대표하는 개막작은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의 주역이자 세계적인 여성감독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신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선정됐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JR과 공동 작업했는데, 프랑스 시골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찍고, 그것이 시골 마을의 곳곳에 전시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으로 확대되는 걸작이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영화계 성평등을 요구한 영화인 82명을 대표해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함께 성명서를 읽기도 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올해 힘을 준 쪽은 새로 신설된 국제 장편경쟁과 한국 장편경쟁 부문이다. 각각 8편, 5편이 경쟁을 펼치는데, 10대 여성감독부터 기존 여성감독까지 성평등 영화산업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신설하게 됐다. 또한 ‘디지털 성폭력, 미투, 낙태’ 이 세 가지가 한국을 관통하는 있는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생각하고 쟁점 토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SIWFF를 빛낸 작품들을 만나는 20주년 기념 앙코르전, 배우 고(故) 최은희를 추억하는 최은희 추모전, 역대 SIWFF 페미니스타(홍보대사)인 김아중, 한예리의 스타 토크 등 다양한 부대 행사와 이벤트가 제20회 SIWFF를 수놓는다.

김 집행위원장은 “20주년 기념사업으로 ‘20, 그녀들의 단편’이라는 한국 여성감독 단편 DVD 컬렉션을 출시한다. SIWFF만이 만들 수 있는 컬렉션이라 소장 가치가 높고, 소중하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오는 10년, 20년을 준비할 생각이다. 영화제라는 8일간의 축제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대중들을 만나기 위한 루트를 모색해야겠다”는 김 집행위원장의 포부처럼 앞으로 SIWFF가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영화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