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으로 경마 매출액 정체
- 700만 배후인구 강점 살려
- 관광 상품개발 등 성장 노력

- 마필관리사 등 처우 개선
- 도박사업 인식 변화에 역점

“경마 파크를 넘어 부산·경남 최대의 복합 관광레저 명소로 도약해야 합니다.”

렛츠런파크 정형석 부산·경남본부 신임 본부장은 24일 “지역에서 사랑받는 사회공헌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 2일 취임한 렛츠런파크 정형석(56)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의 각오다. 그는 24일 “몇년 전까지 꾸준히 상승세이던 경마 매출액이 조선·해운업 불황의 영향으로 정체된 상태”라며 “이제 렛츠런파크도 복합 관광레저 단지로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 지난해 부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서부산 승마·동물병원 체험 상품을 개발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1986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해 재결전문위원·부산심판팀장·제주경마팀장·제주경마사업처장·심판처장·공정본부장을 거쳐 제주지역본부장까지 지냈다.

주로 경마·심판 부서에서 일했던 그는 최고의 경마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1990년대 심판실에서 일할 때 만들었던 ‘경마 시행규정 해설집’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경마 분야의 필독서이다. 2002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심판위원 자격을 취득했다. 외국 심판위원 도입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2005년 9월 개장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심판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정 본부장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강점으로 700만 명에 달하는 배후 인구를 꼽았다. 1989년 경마를 시작한 경기도 과천과 이듬해 문을 연 제주경마장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연간 100만 명의 유료 입장객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마필관리사 처우 문제다. 지난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마필관리사 2명이 연달아 목숨을 끊었다. 당시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마사회에 강도 높은 해결책을 주문했다. 고용노동부가 두 차례에 걸쳐 특별 근로감독을 하기도 했다. 결국 마사회와 민주노총·조교사협회는 긴 협상 끝에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협의체 구성 ▷단체교섭 기본 합의서 작성 ▷유족위로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아직 문제는 남아 있다. 조교사협회와 마필관리사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 원만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노사 문제라 마사회가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최대한 논의가 잘 진행되도록 돕고 있다. 서로 상생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취임하자마자 ‘혁신 TF’를 구성했다. “무엇보다도 대내외 신뢰 회복과 경영 개선이 절실합니다. 안전한 일터 만들기와 좋은 일자리 창출도 올해 주력해야 할 분야입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 종합대책을 마련해 18개 혁신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 본부장이 바라보는 한국 경마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장애물은 ‘도박 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다. 많은 사람이 경마하면 아직도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마권을 주고받는 모습을 상상한다. 최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어린이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를 끄는 ‘토마 빌리지’를 비롯해 지역주민의 레저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더불어 연간 3000억 원의 세금을 낸다. 부산 경남 소재 단일 기업 가운데 최고의 납세 실적이다. 연간 경마 베팅금액 4000억 원 가운데 75%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셈이다.

“렛츠런파크는 대표적인 사회공헌기업이기도 합니다. 경마가 건전한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아 야구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