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권 박탈·학부모 부담 등
- 엘리트 체육 병폐 해결하고
- 학교체육 즐기는 과정서
- 자연스럽게 우수선수 육성
- 진로탐색 측면 강화 방침

경남도교육청은 지난달 26~29일 충북 일원에서 열린 제47회 소년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스포츠클럽 선수 10명을 6개 종목에 출전시켰다. 결과는 금메달 2개(여자초등부 높이뛰기, 초등부 에어로빅)와 은메달 2개(초등부 유도·에어로빅)를 따내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경남도교육청 최병헌 체육건강과장은 “학교체육이 더는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진로탐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올해 들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수 육성을 위한 엘리트 체육 대신 공부와 운동을 같이하는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는 쪽으로 학교 체육의 방향을 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변화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병헌 체육건강과장은 “스포츠클럽 선수들이 소년체전 출전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었다”며 “앞으로의 학교 체육은 엘리트 선수 육성에서 벗어나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체육은 교기에 치우치기보다 학생들이 건강과 취미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질 있는 학생은 자연스럽게 우수 선수로 이어지는 ‘진로 탐색’이라는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의 이 같은 방향 선회는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최 과장은 “엘리트 선수 육성에 집중하면서 대회 성적 향상에 매몰된 탓에 운동부 폭력, 학부모 부담 가중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신학기부터 도내 전 초등학교에서 교기로 운영하고 있는 운동부를 중점 육성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했다. 중학교는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스포츠클럽으로 전면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과장은 “학습권 박탈, 폭력, 금품 향응·수수 등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운동부 지도자는 해임하고 해당 학교에 대해서는 교기 지정 취소 등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운동부 지도자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제외시켜 영구 퇴출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장에서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운동부 지도자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3년간 성적을 못 내면 계약 해지가 되는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성적 부담이 사라져 되레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최 과장은 “앞으로의 학교체육은 전인교육과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체육으로 나아가는 쪽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며 “오는 25일 대한체육회 주관으로 열리는 회의에서도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대한체육회 방침보다 한발 앞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학생 선수 육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기초종목인 육상 수영 체조를 비롯해 비인기 종목의 저변 확대와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선수 지원에 나서는 한편 경기단체와 긴밀한 협조체계 유지를 통해 종목별 체육 영재를 육성하는 것도 간과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 5년 안에 경남의 학교 체육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확신했다. 최 과장은 “앞으로 초·중학교 체육은 엘리트 선수만을 위한 교기 육성이 아니라 체력을 키우고 취미로 즐길 수 있는 학교 체육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86년 경남 고성 동해중학교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일선 학교를 거치며 ‘체육부장’직을 오랫동안 맡아 학교 체육의 일선에서 선수들을 육성했다. 고성여중에서는 8년간 육상부를 지도하는 등 기초종목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