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통영서 양식 시작
- 태풍·적조 등 어려움에도
- 노력 끝에 2700마리 키워
- 작년부터 호텔·식당 납품
- 양식보험·시설지원 절실

매년 연초가 되면 일본 최대 수산물시장인 도쿄 츠키지 어시장에서는 참다랑어의 첫 경매가 열린다. 올해는 405㎏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가 3645만 엔(3억5000여만 원)에 낙찰됐다. 일본에서는 참다랑어 인기가 높아 1970년대부터 치어를 잡아 양식으로 기른 후 판매해 왔다. 우리나라에도 2007년부터 참다랑어 양식을 시작한 선구자가 있다. 현재 전국 세 곳의 양식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홍진실업 홍석남 사장은 “포화상태인 국내 양식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해양식 어장을 개척해 고가 어종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22일 해양수산부 주최로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참다랑어 첫 상업 출하 행사를 앞둔 홍진실업(원양어업·서울 본사·부산 중구지사) 홍석남 사장은 “일반 시민도 양식 참다랑어 회를 쉽게 맛보기 위해서는 광어 우럭 등처럼 참다랑어에도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인생 절반 이상을 다랑어에 쏟아부었다. 남해수산고와 부경대학교 전신인 부산수산대(76학번) 어로학과를 졸업한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참치통조림 회사인 미국 스타키스트의 다랑어 원양선망 어선을 탔다. 뉴기니, 뉴질랜드, 키리바시, 괌, 가나, 토고, 나이지리아 등 전 세계에서 인도양을 제외하고 안 가본 해역이 없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다랑어잡이 원양어선의 ‘선장’이 됐다. 1992년까지 다랑어를 잡고 바다를 누비며 실력 좋은 선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말레이시아 안타그룹에서 수산컨설턴트 등으로 일을 하다 2001년 욕지도에서 국내 처음으로 고등어 외해양식을 시작했다. 홍 사장은 “우리나라 연안양식은 이미 포화상태로, 양식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해양식 어장을 개척해 고가 어종을 길러야 한다”며 “양식을 하던 중 고등어를 잡기 위한 정치망 그물에 다랑어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히 보니 다랑어 중에서도 가장 귀한 참다랑어였다. 잡아서 직접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랑어 가격이 비싼 순서로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 순이다. 우리가 쉽게 먹는 참치통조림과 가쓰오부시는 가다랑어로 만들고 일반 참치 횟집은 기껏해야 눈다랑어를 내는 게 대부분으로 참다랑어는 그만큼 맛보기가 쉽지 않다.

이후 그는 일본, 호주 등을 수차례 오가면서 참다랑어 양식 기술을 배웠다. 참다랑어 양식은 일본과 호주를 비롯해 유럽 지중해 연안국, 멕시코 등지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대중화된 사업이다. 일본은 오키나와와 대마도 주위에서도 참다랑어 양식을 하고 있다.

홍 사장은 2007년부터 본격 양식을 시작했지만 숱하게 실패했다.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양식 가두리 어망이 찢어져 수년간 키운 80~140㎏ 크기의 참다랑어들이 모두 도망가고 이듬해는 적조로 치어들이 폐사하기도 했다. 여러 노력 끝에 현재 15~30㎏ 안팎의 참다랑어 2700여 마리를 키워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고급 일식집에 ㎏당 5만 원에 첫 출하를 했다. 참다랑어 1㎏을 얻는 데 고등어 사료 13~15㎏이 필요하다. 비용 대비 수익성이 괜찮은 편이다.

홍 사장은 “올해 초 신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중앙동의 한 참치 전문점에도 납품하는 등 주문량이 제법 늘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참다랑어 양식을 늘리려면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자연재해 대비시설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지원과 참다랑어에도 양식재해보험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투자가 늘어 참다랑어 1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규모화가 되고, 국내 수요까지 늘어나는 대중화로 이어져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며 “이와 함께 부산의 대형선망 업계가 잡은 참다랑어 치어를 양식장에 공급한다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