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무용제 대상 등 3관왕
- 기록 세우며 존재감 드러내

- “결혼·출산으로 달라진 삶
- 두려움 없애니 춤도 좋아져
- 이젠 후배 양성 힘쓰고파”

“판댄스씨어터는 ‘오락’ ‘놀이’로써 현대무용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온 단체입니다. ‘판’과 ‘씨어터’가 있는 단체 이름에서 드러나듯 춤 작품 속에 연극적 요소가 두드러지고 스트리트 댄서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단원들로 구성돼 자유로운 움직임과 표현을 이끌어 낼 수 있죠.”

제27회 부산무용제에서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한 김수현 판댄스씨어터 대표가 수상 소감을 말하며 활짝 웃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현재 부산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20, 30대 재기발랄한 현대무용 부문 춤꾼들로 이뤄진 판댄스씨어터 김수현(39) 대표의 설명이다. 판댄스씨어터는 최근 열린 제27회 부산무용제에서 김 대표가 안무한 ‘Red Door’라는 작품으로 대상, 안무상(김수현), 여자무용인상(김수현) 등 3관왕 기록을 세웠다. 무용단의 존재감을 지역 무용계에 확실히 떨쳤던 무대이자 앞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성과다. 판댄스씨어터는 이로써 오는 9월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제27회 전국무용제에 부산 대표로 나가게 됐다.

최근 만난 김 대표는 수상의 기쁨과 부담감을 느끼며 작품 연습에 몰입해 있었다. “2012년 부산무용제에 처음 참가해 올해가 4번째 참가인데 가장 큰 상을 받으니 정말 기뻤죠. 무엇보다 판댄스씨어터가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를 두죠. 단원 간 신뢰와 남다른 팀워크가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는 2015년 제24회 부산무용제에서 안무작 ‘Left Behind’로 우수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대상 수상작 ‘Red Door(죽음의 문)’는 웰다잉(well-dying·잘 죽는 것)을 주제로 죽음의 문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웰다잉하고자 우리가 선택할 것은 무엇인지 등 죽음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성과 사회적 시사성, 완성도를 모두 갖췄다”고 평했다.

김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경대 수산생명의학과 2학년 재학 중에 부산대 무용학과에 재입학하며 춤꾼으로 진로를 바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춤과 함께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취미도 춤”일 정도로 춤추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춤을 좋아했고 대학 때도 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스트리트 댄서로 활동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재즈 무용 학원에 다녔는데 그때 만난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무용학과에 진학했죠.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미 운명같이 춤에 끌린 저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어요.”

김 대표는 대학 졸업 뒤 현대무용단 ‘자유’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판댄스씨어터를 창단했다. 같은 과 출신 춤꾼 허종원 씨와 결혼했고 2012년엔 딸을 낳았다. 출산 이후 3개월 만에 복귀한 데 이어 그해 부산무용제에 출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많은 여성 무용수가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출산하고 난 뒤 제 무대를 본 사람들 모두 춤이 좋아졌다는 반응이었어요. 삶과 생각이 변하니 춤이 달라졌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대표로서 단원 개개인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친밀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죠.”

부산의 중견 안무가로 자리매김한 김 대표는 앞으로 후배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무용학과 폐과 등으로 춤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선 부산 춤계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학과가 없어지면, 무용학원이 줄고, 후속 세대가 없어져요. 저와 같은 무용인은 후배 양성에 힘을 쏟는 한편, 대학과 지역사회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길 바랍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