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한국서 거주 경험
- 사람들 정 그리워 강력 지원
- 이달 부임해 전방위적 활동
- “대면·SNS 통한 소통 구상
-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할 것”

“부산에 오길 ‘목 빠지게’ 기다렸어요.” 최근 부산 부산진구 주부산미국영사관에서 만난 다니엘 게닥트(Daniel C. Gedacht) 신임 영사는 부임 소감을 묻자 유창한 한국어로 웃으며 대답했다. “3년 전 바로 이 자리를 지원했는데 드디어 오게 됐습니다. 한국을 떠난 20년 동안 항상 그리워하고 돌아오고 싶었어요.”

이달 초 부임한 주부산미국영사관 다니엘 게닥트 신임 영사가 부산에 와서 느낀 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니엘 영사에게 한국은 처음 밟아본 외국이었다. 1993년 대학 졸업 후 한국인 친구를 따라 놀러 왔다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4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 한국어는 이때 연세대 어학당에서 익혔다.

인터뷰 중 그가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한 청년이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을 배경으로 펄쩍 뛰어오른 모습이었다. “1995년 서울에 살 때 부산에 놀러와서 찍은 제 사진입니다. 이번에 부산에 와서 다시 해운대를 찾았는데 두 가지가 달라졌더군요. 해수욕장 주변에 건물이 많이 늘었고, 제 머리숱이 이때와 다르네요. 하하.”

유쾌하고 사교적인 그의 성격은 일찍이 한국 방송가에서 먼저 알아봤다. 명절에 외국인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여러 방송국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1997년이었는데 당시 가수 강산에의 ‘태극기’를 불렀습니다. 그때 알게 된 방송 관계자를 통해 토크쇼 게임쇼에도 나가고, 영어 프로그램도 했어요. 길에서 절 알아보는 시민도 있었죠.”

한국 사람의 정을 잊을 수 없어 한국에 오기를 학수고대했다는 다니엘 영사. 그간의 그리움을 풀듯 지난 2주 동안 부산의 여러 행사와 축제, 관광지를 다니며 ‘다이내믹 부산’을 온몸으로 느꼈다. 지난 12일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미국 리처드 위트컴 장군 36주기 추모식, 벡스코에서 펼쳐진 마술계의 올림픽인 세계마술챔피언십을 찾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숨 돌릴 틈 없이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그에게선 활기가 넘쳤다.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부산대 앞에서 행사를 열었습니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좋은 시민들을 만나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해운대 달맞이길과 스파랜드 등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관광 시설도 그에게 힘이 됐다.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세계 50개 도시를 다녀봤습니다. 부산은 제 고향인 미국 보스턴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닮았어요. 역사가 깊고 산업이 발달했죠. 바다를 끼고 있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도 있고요. 지난 주말 우연히 달맞이길을 걸었는데 고향이 떠오르더군요. 어머니께 전화해 부산이 보스턴과 비슷하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부산을 포함해 경남, 경북, 제주지역까지 관할하는 그는 직접 발로 뛰며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한편 SNS를 활용한 외교활동도 구상 중이다. 실제 그는 폴란드대사관에서 일할 때 폴란드 국민차인 ‘피아트 126p’를 몰았는데 ‘댄 영사와 차’라는 제목으로 5분짜리 동영상을 제작, 유튜브에서 8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오래된 한미 동맹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도시까지 구석구석 찾을 계획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교수나 운동 선수 등을 초빙해 지역 청소년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이곳 학생들도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요. 특히 부산 청소년들에게 한국과 미국이 오래된 동맹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최근 한미 간 주요하게 떠오른 북한 이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지난 7일 부임한 해리 해리슨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첫 업무로 북핵 관련 논의를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영사관과 대사관은 한 미션으로 움직입니다. 대부분의 북한 관련 업무는 대사관 차원에서 진행하지만, 영사관에도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면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다니엘 게닥트 주부산미국영사는 주폴란드 미국대사관의 부총영사, 주뭄바이 총영사관의 비자과 과장을 역임했다. 또한 외교관으로 일하는 14년 동안 필리핀, 이라크, 폴란드 주재 대사관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