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한묘숙 여사 행적발굴 인연
- 위트컴희망재단 이사 맡으며
- 추모식·전시관 등 기념사업

“천생연분입니다.” 김재호(61)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와 강석환(59) 초량왜관연구회장은 최근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평화기념관에서 열린 ‘리차드 위트컴 장군 상설전시실’ 개관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위트컴(1894~1982) 장군은 6·25전쟁 전후인 1953, 1954년 미군 제2군수사령관(준장)으로 부산에 근무하면서 부산역전 대화재 이재민 3만 명 지원, 부산대 설립, 메리놀병원 신축 등 대한민국 재건을 위해 헌신했다.

	강석환(왼쪽) 초량왜관연구회장과 김재호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

김 교수와 강 회장은 서로 전혀 다른 경로로 수십 년간 잊힌 위트컴 장군 스토리와 함께 그의 부인 한묘숙(지난해 1월 별세) 여사를 찾아내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두 사람은 현재 위트컴희망재단 이사를 맡아 장군의 선행을 발굴·홍보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부산대 문화콘텐츠개발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윤인구 부산대 초대 총장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위트컴 장군이 부산대 장전동 부지 50만 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경남도지사를 설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미국까지 가서 국방부, 보훈청, 웰링턴 국립묘지 등지를 돌며 3년간 자료를 찾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위트컴 장군이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에 남아 전쟁고아를 돌봤기 때문이다. 장군은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제2의 고향인 한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져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김 교수는 2010년에야 부인을 만날 수 있었다.

강 회장은 김 교수에 비해 짧은 시간에 한 여사를 찾았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클리포드 스트로버스(이하 클리프) 씨가 그해 6월 용두산공원 부산타워를 찾아 1953년 11월~1954년 12월 부산 소재 미군 44공병대에 근무할 때 찍은 컬러사진을 기증하면서 사진전이 열렸다. 당시 부산타워를 위탁운영했던 강 회장은 클리프 씨 사진 속에 자주 등장한 ‘원스타 장군’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면서 장군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강 회장은 인터넷을 검색해 그가 위트컴 장군이고 재단을 설립해 전쟁고아를 돌봤다는 정보를 얻었다. 인맥을 총동원해 수소문한 끝에 2010년 가을 서울 용산에 사는 한 여사를 찾았다. 한 여사는 “수십 년간 아무도 찾지 않았는데 남편의 선행을 뒤늦게라도 알아주니 감사하다. 한 달 전에 김재호 교수도 다녀갔다”고 했다.

김 교수와 강 회장은 의기투합해 위트컴 장군이 부산시민에게 베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7월 12일 유엔기념공원에서 위트컴 장군 추모식을 열고 있다. 김 교수는 “위트컴(Whitcomb) 장군의 영문 철자 중 ‘b’가 묵음이어서 찾는 데 애를 먹었지만 강 회장을 알게 된 게 천생연분이다. 2016년 말 한 여사의 양자가 되었으니 위트컴 장군은 내 아버지”라고 말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