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은행 지점장이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고 13년간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체득한 수행 보고서 성격의 책을 냈다. 주인공은 서창덕(54) 부산은행 부곡동지점장. 서 지점장은 383쪽 분량의 ‘당신은 길 잃은 신(神)이다’(금샘)를 통해 “참수행을 하다 보면 내면에 있는 길 잃은 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은 영혼을 가진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예요. 수련을 통해 자신의 영혼〔本性〕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요. 불가에서는 이를 견성(見性)이라고 하죠. 죽더라도 절대 삶이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서창덕 부산은행 부곡동지점장이 12일 수행·수련에 관한 책을 쓰는 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영육일치관(靈肉一致觀)’ 벽화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종교와 수련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수련의 비법〔天機〕이 과대 포장되고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어요. 종교와 수련은 머리로 이해하는 깨달음의 차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이며 과학입니다.”

그는 “수련할수록 건강이 나빠지거나, 많은 돈을 요구하거나, 몇 개월 만에 속성으로 완성된다고 하면 사이비일 가능성이 크다”며 “오랜 기간 검증된 수련법이나 종교가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조언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그는 “IMF(세계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1997년부터 금융노조 간부가 돼 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을 마칠 때까지 9년간 조직의 생존을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니 고혈압 당뇨 같은 온갖 성인병에 걸려 몸이 망가졌다”며 “국선도 수련과 명상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이런 경험을 책으로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범어사 청년암 양익 스님이 그린 ‘영육일치관(靈肉一致觀)’ 벽화 사진을 보고 나서다. “영육일치관을 보고 지구가 멈춘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몇 년간 확신을 얻지 못하고 헤맸던 내 수련의 진도를 그 그림을 통해 검증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련으로 업그레이드된 육체가 직접 영혼을 보는 단계를 정확한 원리에 담아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양익 스님은 4ｍ 높이의 범어사 일주문을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무술 고수로 2006년 5월 입적했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수련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정신에 10분이라도 감사의 기도를 드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모님도 좋고 하느님도 좋고 내 주위 사람도 좋습니다. 이렇게 한 달가량 기도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꼬였던 자신의 문제도 조금씩 풀려요. 수련은 자신을 낮추는 행위죠. 자신을 낮추면 이기심이 가득 찬 에고(ego)가 사라져요. 모든 병은 집착에 뿌리가 있어요.”

경남 거창 출신의 서 지점장은 부경고와 서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전태일문학상, 부산산업평화대상을 받았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