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겉핥기식 설계 탈피
- 김경수 도지사 지향점 담은
- 차별화된 ‘도정 4개년 계획’
- 도민, 마음 열고 함께하면
- 경제·사회·행정 혁신 가능

“혁신이란 단어가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쉽게 표현하면 폐쇄적인 문을 열고 사회 변화 흐름을 받아들이자는 겁니다.”

이은진 전 새로운경남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12일 경남도청에서 도정 4개년 계획 수립 의미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월 김경수 도지사가 취임한 경남도는 경제·사회·행정의 3대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도정 4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의 수립을 진두지휘한 이은진(66) 전 새로운경남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난 12일 경남도청에서 만나 혁신에 담긴 의미를 들었다. 새로운경남위원회는 인수위원회의 성격을 지닌다.

우선 도정 4개년 계획 수립에 관해 물었다. 그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4개년 계획과 같은 비슷한 것을 세우지만 자세히 보면 사업 나열 수준에 그친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시대적 배경을 담아 어떻게 진행하고, 추진 체계가 무엇인지 자세히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충분하게 지역 사정을 수렴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철학과 지향점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게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선거 공약의 무성의도 지적했다. 그는 “선거를 치르면서 그동안 제시된 공약들을 비교했는데 2010년도 지방선거 공약과 2018년 공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전국적으로 봐도 4차 산업혁명, 청년 일자리, 맞춤형 복지 등도 비슷하다. 공약만 따지면 차별성이 없는데 이런 현상은 공약을 심각하게 고민해서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과 김 지사가 유독 혁신을 강조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외부에서 온 전문가들이 경제 위기에 빠진 경남에 대해 ‘너무 늦었다’ ‘다른 곳은 준비했는데 경남은 왜 안 했느냐’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며 “경남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때 큰 어려움 없이 넘어가 경기가 좋을 때 대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누구도 경남에서 위기를 거론하지 않았다. 내가 경남발전연구원장을 할 때 토론이나 용역, 세미나를 많이 했는데 학자나 전문가 등 누구도 위기가 곧 닥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문제는 경제 위기에 빠진 지금도 준비가 너무 안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3대 혁신이다. 그는 “3대 혁신인 경제·사회·행정 혁신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이 없다. 경제 혁신은 4차 산업혁명에 나서자는 것이고, 사회 혁신은 참여 소통 협치 등을 뜻하는데 이미 참여정부에서 했던 말이다”며 “공무원들의 사고 전환과 행정시스템 변화를 담은 행정 혁신은 이미 민간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은 폐쇄적인 문을 열고 사회 흐름이 바뀌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경수 도정의 비전인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의 탄생 비화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도민과 함께 새로운 경남’이라는 밋밋한 안이 나왔다. 내가 ‘완전히’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김 지사가 ‘완전히’는 부담스럽다고 망설였지만 김 지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완전히’이기 때문에 넣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대전 출생인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경남과 인연을 맺어 지난 2월 정년 퇴임 때까지 경남대에서만 재직했다. 김두관 전 지사 시절 경남발전연구원장(2010~2012년)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남대 명예교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