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체전 부진한 성적 속
- 부산체고 메달 36개 선전
- 고교선수 ‘몸값’ 과열 양상
- ‘그들만의 리그’ 엘리트 체육
- 시민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지난달 18일 폐막한 제99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산은 종합 1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8위에서 네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2004년 13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17개 시·도의 우정과 화합을 도모하려 매년 펼쳐지는 전국체전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순위표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지역 체육을 활성화하고 종목 인기에 상관없이 우수한 선수를 키워낼 수 있는 체전의 순기능을 따져볼 때 이번 대회 성적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산체육고등학교 김창민 교장이 지역 사회에서 체고가 할 수 있는 선수 육성, 시민 교육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하지만 희망도 있었다. 부산체육고등학교는 지역 고교 체육의 산실로서 선수들은 올해도 맹활약을 이어갔다. 부산체고는 고등부에서 금메달 10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7개를 따내며 부산 선수단에 힘을 보탰다.

부산 영도구 부산체고 교정에서 김창민(59) 교장을 만났다. 지난 9월 부임한 그는 이번 체전에서 부산 고등부 선수단을 이끌었다. 체육 교사로 시작해 부산시교육청 체육 담당 장학관 등을 지낸 그는 2010년 부산체고 교장을 맡은 데 이어 다시 한번 체고에 몸을 담게 됐다. 김 교장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교육청 지원팀장으로 활동하는 등 체육 행정에도 능통한 인물로 꼽힌다.

체전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김 교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체전에서의 저조한 성적이 단순히 운이 없거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단체 종목이 예상과 다르게 부진했다”면서 “선수의 실력이 바로 몸값으로 연결되는 상업화된 일부 체육계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국내 체육계 현실에서 우수한 선수는 한정돼 있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시·도는 많은 탓에 ‘몸값’ 과열 양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지갑을 더 여는 지자체가 다음 대회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몸값 과열 양상 이면에는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수들이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 운동선수로만 살아가야 하기에 몸값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 중학교에서 운동을 전문적으로 한 학생이라도 언제든지 의사나 소방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장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벽을 허물고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전문 선수들이 하는 엘리트 체육이 더는 눈으로만 보는 ‘아이(eye) 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일반 학생과 시민이 있는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장은 “초등학교부터 운동부 선수 몇 명을 뽑아 특기생으로 만드는 엘리트 체육 육성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동네와 학교에 있는 스포츠클럽을 키워 여기에서 발굴되는 우수 학생을 전국소년체전에도 참가시키고, 체육 특기자로도 진학시켜야 한다. 부산체육이 살 수 있는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쉽게 말해 초등학교 1개반 학생 모두가 학교나 지역에서 방과후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축구를 하고, 소질 있는 학생을 선별해 적성과 희망에 따라 축구선수로 키우는 선진국형 로드맵인데 선수 육성, 학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체고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어린이스포츠클럽을 창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엘리트 선수가 아닌 영도 지역의 일반 어린이들에게 스포츠클럽을 개방하고, 소질 있는 학생은 발굴해 체육중 진학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