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대통령 관저 사적 지정
- 역사적 의의 인정받아
- 도심 복판 임시수도 기념관
- 지자체 차원서 홍보해야

“부산시와 서구 모두에 의미 있는 날이었죠. 사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박미욱 임시수도기념관장은 “관광객 및 지역주민 유입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 주택가에 위치한 기념관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선임 기자

박미욱(50) 임시수도기념관장은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기념관 내 ‘부산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가 지난 6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6호로 지정돼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는 1926년 8월 조선총독부가 건립해 당시 경남도지사 관사로 사용했다. 6·25전쟁 당시 부산이 피란수도가 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기거해 ‘대통령 관저’ 또는 ‘경무대’로 불렸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환도한 이후 다시 경남도지사 관사로 쓰이다가 1983년 경남도청이 창원으로 이전하면서 부산시에서 인수했다.

시는 1984년 각종 자료를 모아 임시수도기념관을 개관했고 2000년 이후 복원공사 및 전시실 꾸미기 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02년에는 시 기념물 5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 관장은 사적 지정에 대해 “당시 유물과 현장을 잘 보존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시수도기념관을 중심으로 서구에는 피란 당시 주요 시설이 모여 있다.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은 피란 당시 임시정부청사로 쓰였다.

아미동 부산대병원도 제3육군병원으로 활용됐다. 동아대 후문 방면 임시수도기념로에는 관련 설명을 볼 수 있는 ‘임시수도기념 거리’도 조성돼 있다. 박 관장에게는 근처 모든 건물이 충분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부민초등학교를 보면 건물 외벽을 따라 교실 바깥쪽에 테라스가 설치돼 있어요. 요즘 찾아보기 힘든 구조물이지만 당시에는 병원으로 쓰였기 때문에 필요한 시설이었죠. 그 외에도 피란과 관련된 이야기로 엮을 수 있는 장소가 매우 많아요.”

임시수도기념관은 지난 1월 문화재청 지정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피란수도 부산’의 장소 8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임시수도기념관과 함께 ▷석당박물관 ▷국립중앙관상대(현 부산기상관측소) ▷미국대사관 미국공보원(현 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현 부산시민공원) ▷유엔 지상군사령부(현 부경대 워커하우스) ▷유엔묘지(현 유엔공원) 등이 포함됐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 등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념관의 일일 관람객은 200명 정도로 대부분 관광객이다.

하지만 위치가 주택가 한복판이라 대형 관광버스 진입은 어렵다. 박 관장은 관람기회가 더 많이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곳에 대해 잘 모르던 분들이 직접 방문하고는 만족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주민 유입 등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도 좀 더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기념관에서는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행사도 열린다. 특히 피란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야외 천막 교실에서 진행하는 ‘피란체험 액티비티’의 인기가 높다. 물동이 어깨에 지고 나르기, 주먹밥 만들어 먹기, 삐라(유인물 전단) 모아 경품 바꾸기 등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박 관장은 “박물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깨려고 시도했다. 전쟁 당시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임시수도기념관장으로 부임한 박 관장은 곧 임기 3년째를 맞는다. 그는 “제가 와서 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축적된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박물관으로서 가치가 올라가는 시기에 함께 해 영광”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기념관이 더욱 발전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