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 출신으로 고향 첫 근무
- 33년간의 국가직 경험 살려
- 쉬우면서 재미있는 행사 추진
- VR 기술 활용해 관람 돕고
- 후원 확대 전시질 높이겠다

“인간 교류와 교역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만들겠습니다. 전시 내용 면에서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부산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박물관으로 바꿀 겁니다.”

송의정 신임 부산박물관장이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후원회를 정비하고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후원 조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전시의 질을 높이려면 개개인이 후원과 기증을 더 많이 해야 해요. 해외 유수의 박물관들 역시 독지가의 기증에 힘입어 오늘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송의정(59) 신임 부산박물관장은 하나하나 현안을 짚으며 이야기를 풀었다. 지난 16일 부산 남구 부산박물관 관장실에서 만난 그는 “박물관이 어렵고 폐쇄적이란 인식을 씻는 데 노력하겠다”는 다짐부터 했다.

부산 기장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40여 년 만에 부산에 오게 된 송 관장은 “33년간 국가직으로 일했는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며 “연구 및 전시 수준을 높여 내부 역량을 높이고 시민, 외부 기관과 개방·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두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류의 역사를 밝히자’를 박물관 운영의 모토로 삼았다고 했다. 문화와 역사, 정보 교류 창구로서의 ‘부산’을 다양한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서울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송 관장은 광주, 김해, 부여 등의 박물관장과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33년간 전시기획과 박물관 행정 등에서 남다른 내공을 쌓아왔다. 그는 또 1997년부터 최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최초의 국외 학술발굴조사 프로젝트인 몽골 조사를 기획해 시행해왔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흉노제국의 높은 문화 수준을 드러내 우리나라의 동아시아 고대 역사와 관련된 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바지한 흉노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취임한 그는 ‘준비된 관장’이란 평가대로 말투엔 시종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부산박물관은 지방자치단체 박물관으로서 역사가 오래되고 깊이 있는 전시가 장점이지만, 내용이 어렵고 홍보가 부족한 단점이 있어요. 유물을 제대로 발굴하고 그 맥락을 살리면서 전시·홍보할 필요가 있어요.”

최근 박물관의 현안은 가상현실(VR) 기술 도입과 기부금 활성화다. 이에 대해 그는 “광주 관장 시절 대여하기 힘든 유물의 경우 VR 기술을 접목한 전시로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전시에 VR을 너무 많이 도입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전시 취지와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방침이다”고 답했다. 기부금 활성화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후원회를 정비하고 새로운 후원 조직을 찾겠다. 기부금 외에도 박물관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재능기부 봉사회도 발굴하는 등 전시, 사업 등에서 지역과 공유, 협력하며 함께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랜 기간 박물관 수장을 지낸 그는 직원들과의 유대감이 뛰어난 박물관인이다. 부산박물관장에 취임한 이후 미화원들과 가장 먼저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샤워장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받고 곧바로 실행에 옮길 정도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만큼이나 내부 고객인 직원들도 제겐 중요합니다. 다른 지역 관장으로 근무할 때도 가장 힘든 자리에 있는 직원들부터 챙겼던 것이 버릇이 됐습니다. 박물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부산박물관 직원도 대부분 알고 있고 친한 편입니다. 유대감을 바탕으로 이 박물관을 새롭게 바꾸겠습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