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경력 산부인과 전문의
- 국내외 의료봉사에도 열심

- 지역민 큰 병원 찾아 진주로
- 진료부담·생활불편 줄여
- 노인·다문화 가정 보듬을 것

“산청군이 의료 오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곳곳에 의료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습니다. 노인이나 장애인, 다문화 가정의 이주여성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고, 그나마 치료받으려고 병원에 드나드는 주민도 무조건 진주의 큰 병원을 이용하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크고 시간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지난달 1일 취임한 권현옥 산청보건의료원장이 진료실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켜갈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공모직 산청보건의료원장에 취임해 직접 진료를 하며 100여 명의 보건·간호직 공무원을 지휘하고 있는 권현옥(56·산부인과 전문의) 원장.

권 원장은 진주에서 20여 년간 산부인과를 개업해 진료하다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공무원인 보건의료원장직을 수락했다.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태어나 부산여고를 졸업, 연세대 수학과 2학년에 재학하다 의사가 되고 싶어 부산 고신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1996년부터 경남 창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3년여 근무하고 진주에 권현옥 산부인과를 열었다.

권 원장은 대학 때 오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지켜봤다. 그는 “죽음 앞에서 인간은 똑같다.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면서 인간은 영성 주파수를 올리기 위해 태어났으며 그러려면 자연에 동화하는 삶을 살고, 지적 희열을 느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분별 없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깨우쳤다”고 말했다. 이후 권 원장은 사랑의 실천을 모토로 삼아 의술로 다른 사람을 돕는 데 힘써왔다.

권 원장은 사랑의 실천인 봉사활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연간 5, 6회의 해외 봉사활동과 40~50회의 국내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함양군의 장애인 시설인 ‘연꽃마을’과 거제 ‘반야원’, 창원 마산합포구 진동면 ‘기쁨의 집’, 진주 ‘공덕의 집’과 ‘소담원’ 등 5곳의 주치의를 맡았고, 매 맞고 사는 여성들의 쉼터인 ‘내일을 여는 집’의 이사로 10년 넘게 활동했다. 병원에 있는 시간보다는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병원에서 번 돈은 대부분 봉사활동을 하는 데 들어갔다. 주위에서 돈을 벌어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려고 돈을 번다고 할 정도였다.

이렇게 봉사활동에 빠져 있던 권 원장이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며 주위를 돌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의료원장 자리가 났다. 권 원장은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인 산청에서 그동안 익혔던 의료인의 노하우를 쏟아붓고 산청 주민의 건강을 보살피겠다는 각오로 응모하게 됐다.

산청에는 개인병원이 10곳 있지만, 입원 병상이 있는 곳은 산청 보건의료원이 유일하다. 주민은 약 처방만 받으면 되는 작은 질병에도 큰 병원이 있는 진주까지 나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검사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10% 남짓이다. 가족이 있거나 젊은 주민이면 몰라도 글을 모르거나 홀몸노인,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 등의 불편은 크다.

권 원장은 약 처방만 받아오는 90%의 진료를 산청 보건의료원에서 하겠다는 각오다. 의료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경제적 부담과 생활 불편까지 덜어주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이주 여성이 많은 산청군은 의료환경도 열악해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우리 의료원 공무원은 보호자가 필요한 주민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의 지팡이가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남편과 슬하에 2남을 둔 권 원장은 국내외 의료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한미 자랑스러운 의사상’ ‘경남 의사 봉사대상’ ‘자랑스러운 진주 시민상’ ‘보령 봉사상’ 등을 수상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