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급여 상품 27만 명 가입
- 3.4% 연복리·세제혜택 이점
- 중앙 공무원들도 가입 원해
- “내년 투자 분산해 위험 최소”

- 경남도 공무원 지낸 ‘경남맨’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단 안정적인 운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지방 공무원이 월급에서 떼어 맡겨주신 소중한 자산인데 손실을 보면 안 되니까요.”

한경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이 공제회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용우 선임기자 ywlee@kookje.co.kr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마치고 지난 9월부터 12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지방 행정 공무원들의 수익 지킴이로 거듭난 한경호(55)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을 최근 서울 용산 공제회관에서 만났다.

안정적인 운용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대한지방행정공제회의 수익률은 국내 연기금 및 5개 공제회 가운데 최고수준인 10.9%에 달했다. 물론 지난해는 국내 주식시장 호황 덕을 봤지만 내부 심사와 사전감사를 받은 후 투자위원회로 투자를 결정하는 공제회만의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매년 자산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지방 행정사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대한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1952년 설립된 공익 복지기관이다. 공제회가 운영하는 퇴직급여 제도는 지방공무원만의 맞춤형 저축상품으로 현재 가입 대상의 95%인 27만 명이 가입돼 있다. 퇴직급여 상품은 현재 3.40%(지난 10월 기준)의 연복리 상품에다 세제 혜택과 함께 영업비용을 제하지 않는 이점 덕분에 소득공제 혜택을 내세운 연금저축과 비교해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달 1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불입이 가능한데 1인당 평균 불입액은 36만 원 수준이다.

한 이사장은 “정작 저는 공직에 있을 때 여유도 없고 이렇게 좋은 상품인지 몰라서 불입을 얼마 안 했다”며 “이걸로 재테크를 잘 한 분들은 퇴직 때 공무원 연금 외에 억 단위로 받아가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초임 공무원들도 단 몇 만원이라도 불입하고 이후에 액수를 늘려가는 방법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워낙 상품성이 좋다 보니 중앙 부처 공무원들까지도 가입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한 이사장은 “당장은 가입 대상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급준비율이 100%를 넘고 보다 안정적인 운용을 하게 되면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자산운용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평년 목표치인 4.7%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내년 자산운용 방향에 대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은 확대하고 주식비중은 축소할 계획”이라면서 “또한 부동산, 인프라 등에 대한 대체투자는 투자 다변화를 시도하고 해외부문 중심의 투자활성화 전략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취임 후에는 연기금 CEO로선 이례적으로 위탁 자산운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독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늘 현장 행정과 소통을 강조했던 그다운 행보였다.

경남도민에 대한 안부도 잊지 않았다. “저는 능력에 비해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춘 그는 “지방행정과 중앙행정을 두루 거쳐 새롭게 자산운용 분야에서 기회를 얻게 됐다”며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33년 공직을 마치고 돌이켜 보니 개척하는 마음으로 걸어온 것 같다. 경남도청 농업직으로 출발해 총리실 행자부 세종시를 거쳐 다시 경남도에서 공직을 마무리할 때까지 다양한 업무를 하며 경험을 쌓았다”며 “특히 경남도민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지금도 지역 현안에 역량과 마음을 보태고 있다. 인터뷰 전날에도 국회 예결소위 위원을 만나 지역 현안 예산 진행상황을 챙겼다는 그는 어쩔수 없는 ‘경남맨’이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