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 부산AG 끝난 뒤
- 지역 프로팀 유치에 앞장
- 한국 농구 저력 숨은 공로자
- 방송 중계로 대중에 어필도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에게 부산은 승리의 땅이다. 중국을 꺾고 우승 신화를 쓴 2002 부산아시안게임의 기억은 농구 팬 뇌리에 각인돼 있다. 16년 뒤 한국 농구는 약속의 땅 부산에서 또 일을 냈다. 지난 2일 2019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요르단을 꺾고 2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부산시농구협회 박종윤 부회장이 2019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과 앞으로의 바람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한국 농구 역사에 길이 남을 두 페이지의 기록 뒤에는 한 키다리 농구인이 있다. 박종윤(64) 부산시농구협회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조직위원회 농구 종목 담당관으로 일했다. 연습 경기 스케줄을 잡는 등 궂은일을 도맡았던 숨은 조력자다. 박 부회장은 이번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준비하면서 부산시와 대한농구협회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지난 7일 만난 박 부회장은 새 농구 역사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에 앞서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A매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생각만큼 뜨겁지 않았던 탓이다. 그는 “지역에 국제대회 경기를 유치하려면 최소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번엔 불과 한 달 반 전에 준비를 시작했다”며 “시가 도움을 많이 줬지만 홍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부회장은 선수 출신으로 1982년 부산시농구협회에 입문했다. 프로농구 리그가 출범하기 전 기억이 또렷하다. 그는 허재 이상민 현주엽 등 스타선수들이 활약하던 농구대잔치를 추억한다. “챔피언 결정전을 부산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사직체육관 1만3000여 석이 전부 매진돼 출입문을 닫았는데 사람들이 문을 비집고 들어와 경기장 계단·복도까지 인파로 들어찼었죠. 체육관이 무너진다는 신고에 경찰이 관중을 끄집어내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절정의 인기였죠.” 박 부회장이 회상하는 부산 팬들의 농구 사랑이자 20여 년 뒤 바뀐 상황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실제 부산의 농구 붐은 프로 원념팀인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홈팀으로 있을 때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1년 기아가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서울까지 올라가 단장을 수차례 만나고 설득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상심한 박 부회장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본격적인 농구팀 유치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제2의 도시에 프로농구팀이 없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인천 전자랜드와 여수 코리아텐더에 접촉했다. 시민구단 창단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여수 코리아텐더가 이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산에 자리잡은 코리아텐더는 몇 달 못 가 KTF에 매각됐고, 6년간 리그에 참여했다. 팀은 2009년 kt로 다시 태어났지만 연고지는 그대로 부산이었다. 코리아텐더를 부산으로 가져 온 박 부회장의 공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 부회장은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했다. 부산 MBC 라디오에서 시작해 KNN 해설위원까지 20여 년간 시청자들과 만났다. 2000 시드니올림픽 때는 MBC 해설위원으로 당시 KBS 박제영 위원, SBS 신동파 위원과 경쟁하기도 했다.

그는 “최희암 전 연세대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면서 대신 맡게 됐다. 지상파 3사 중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2016년 전국체전에서 부산이 농구 종합 1위를 하는 데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이제 박 부회장의 남은 소망은 kt의 우승이다. 그는 “kt가 시즌 우승을 거두고, 부산 팬들의 농구사랑이 다시 달궈지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