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당리동서 세탁소 운영
- 아픈 몸으로 18년 학생 도와
- 집 고치기·음식 대접 등 다수
- 3070회·9700시간 봉사기록

- “병세 호전… 10년 더 봉사 꿈”

“교복을 찾으러 온 아이나 학부모가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해주면 큰 힘이 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남을 돕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20년 가까이 무료로 세탁 봉사활동을 한 공로 등으로 최근 국민훈장을 받은 하진태 씨.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서 4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한 하진태(66) 씨의 말이다. 그는 2000년 초부터 지역 취약계층 중·고생 120여 명의 교복을 무료로 세탁해주고 있다. 지병을 앓으면서도 이 같은 봉사활동을 20년 가까이 이어온 하 씨는 최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8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 초청돼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부산시 또한 하 씨에게 ‘부산자원봉사자대회’ 유공훈장을 수여했다.

그의 고향은 충북 단양이다. 먼저 부산으로 이사 간 형제들을 따라1983년 부산에 와 당리동에 자리 잡았고, 이곳에서 계속 세탁소를 했다. 하 씨는 “교복 세탁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지역 의용소방대나 새마을지회, 자유총연맹 등 단체에 몸담아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1990년이다. 저소득층 가정 사랑의집 고쳐주기를 비롯해 경로당 음식 대접과 성품 지원, 청소년 상담센터 및 자원봉사센터 성품 전달 등이다. 2005년 이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봉사활동만 지금까지 3070여 회, 9700여 시간이다.

그가 교복 세탁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뭘까. 하 씨는 “세탁소에 들어오는 교복을 보면 세탁 주기와 관리 상태를 알 수 있다. 교복에 와이셔츠, 니트 등을 포함하면 세탁비가 한 벌에 1만6000원인데, 이게 부담스러워서 세탁을 자주 못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 주민센터에 취약계층 교복을 세탁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센터는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통장들을 하 씨와 연결해줬다.

하 씨는 “무료 쿠폰을 발행해 주자 그걸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생겼다. 돈을 받고 할 때만큼 정성스레 교복을 세탁한다”고 말했다. 아내 임목순(65) 씨도 두말없이 세탁 봉사를 도왔다.

하 씨의 봉사활동 경력은 교복 세탁 봉사를 시작한 그해 간암 진단을 받으면서 단절될 뻔했다. 하 씨는 “일하면서 점심 반주 등 술을 즐겼는데, 이 당시엔 이상하리만큼 피곤했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암 초기 진단을 받아 한 달에 두 번씩 아산병원을 오갔다”고 말했다. 아산병원은 하 씨의 둘째 아들이 정형외과의로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들은 일과 봉사활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권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 씨는 “충격을 받아 마음이 약해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몸져눕는 것보다는 원래 하던 것에 매진하면서 병을 이겨내고 싶었다. 실제로 일과 봉사에 집중하는 게 고통을 덜어줬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병원에 가는 횟수도 크게 줄었다. 하 씨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갈 작정이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더 봉사할 수 있으면 한다”며 “내 봉사는 결코 특별한 게 아니다. 하지만 여러 명의 작은 봉사활동이 모이면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